그래픽=양인성

‘노후엔 어디에서 살까?’ 퇴직을 앞두면 누구나 해보는 고민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평생 살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해 보는 것이다. 직장에서 물러나면 직주근접(職住近接)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고, 자녀 입시까지 끝냈다면 학군 프리미엄은 따지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노년기에 편안하게 살 집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그래픽=양인성

✅서울 직장인 절반 “은퇴 후 이주 희망”

“외곽으로 이사 가서 여유롭게 살면 어떨까요? 지금 집에서 계속 살면 보유세랑 건보료로 연금 서너 달 치가 날아갈 텐데 퇴직 후가 고민입니다.”(서울 사는 중소기업 직장인 A씨)

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의 절반은 은퇴 이후 도심 탈출을 꿈꾼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 8월 만 50~56세 대도시 직장인 2000명에게 ‘은퇴 후 희망 거주지’를 물었는데, 서울 거주자는 47.3%만 서울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오히려 서울을 떠나 경기·인천이나 지방 소도시로 옮겨서 살고 싶다는 비율이 48.2%로 더 많았다. 반면 경기·인천 거주자는 은퇴 후에도 해당 지역에 그대로 살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62%에 달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지역별로 노후 생활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서울을 떠나면 노후 생활비 부담을 최대 22% 덜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층이 생각하는 부부의 노후 적정 생활비는 서울이 월 330만원으로, 광역시(280만원)와 도 지역(259만원)보다 더 많았다.

김동엽 미래에셋 상무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거주 형태를 살펴보면, 혼자(35%) 살거나 부부끼리(35%) 사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노년기에 자녀들이 독립한 후에도 현재 집 크기를 유지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해 노후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노후 이사 땐 ‘병품아’ 고려해야

노년기 이사는 실패하기 쉽다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 주거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수명을 단축시킬 만큼 큰 스트레스다. 정보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거주 중인 1주택을 팔아 무주택자가 되면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므로 추천하지 않는다”면서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전원생활 로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개별성이 강한 전원주택은 자산 가치와 반비례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비가 비싼 서울에서 벗어나 적정 수입으로 살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사 가는 경우는 어떨까.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병마와 싸워야 하는데, 몸이 불편해 운전하기는 어렵고 자녀에게 매번 부탁하기도 힘드니 큰 병원에 인접한 곳에 사는 것이 좋다”면서 “서울 기반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을 이미 세웠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데 이들 지역의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노후 주거 후보지를 찾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연세의료원, 고대의료원 등 다수 대학병원들이 현재 서울 근교에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분원 설립을 계획 중이다. 이른바 ‘병품아’(병원을 품은 아파트)를 고려하라는 것이다. 젊은 부부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선호하듯, 노부부는 ‘병품아’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