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최근 직장인 A(45)씨는 연말이 되기 전 세액공제 상품인 연금저축에 가입하기 위해 한 생명보험사에 문의했다. 상담원의 설명을 듣다가 연금 상품엔 ‘연금저축’뿐 아니라 ‘연금보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원은 “당장 올해부터 세제 혜택을 보고 싶다면 연금저축,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면서 세금 혜택을 보려면 연금보험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담 전화 후 지금과 20년 뒤의 소득 상황을 계산해보며 어떤 연금 상품이 나을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정부는 연금 상품에 가입한 국민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 노후 준비를 장려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세제 혜택은 연금 상품 가입 후 돈을 납입하는 시점에 받느냐,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받느냐에 따라 세제 적격과 비(非)적격으로 나눈다. 비적격이라는 명칭은 세금 혜택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납입 시점에 없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상품의 세제 혜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그래픽=김성규

◇납입 때 세금 혜택 보는 연금저축

대표적 세제 적격 상품으로는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있다. 이런 상품에 가입하면 납입액의 일정 비율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최대 600만원, IRP는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연 소득이 5500만원(세전 기준)을 넘지 않으면 납입액의 16.5%(지방세 포함), 초과하면 13.2%를 연말정산 때 환급받는다. 예를 들어 연봉 4000만원인 B씨가 올해 IRP에 900만원을 납입하면, 내년 초 148만5000원을 돌려받는다.

납입 기간에 세제 혜택을 받은 대신, 연금을 수령할 때는 그에 대한 연금소득세를 낸다. 연금소득세율은 수령 당시 가입자 나이에 따라 55~70세는 5.5%, 70~80세는 4.4%, 80세 이상은 3.3%다. 예컨대 연금저축 가입자인 60대 C씨가 연금을 월 80만원씩 받고 있다면, 그는 연간 약 53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연간 수령액이 1200만원을 초과하면 세금이 급증한다. 연간 수령액 전체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거나,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세율 6~45%)를 납부해야 한다.

연금저축이나 IRP를 중도 해지하는 경우에도 페널티가 크다. 세액공제 대상이 된 납부액과 운용 수익의 16.5%를 세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공제 혜택을 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토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입 시 중도 해지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해지 환급금 그대로 돌려받는 연금보험

세제 비적격 상품에는 연금보험이 있다. 펀드 등 투자 상품으로 운용되는 변액연금보험과 공시 이율로 운용되는 일반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연금보험은 적격 상품과는 달리 납입 중엔 세제 혜택이 없다. 대신 55세 이후 연금을 받을 때 소득세가 면제된다. 위 C씨 사례에서 그가 가입한 상품이 연금저축이 아닌 연금보험이었다면, 연간 53만원의 세금이 굳는 것이다. 보험을 해지할 경우에도 보험 차익(해지 환급금에서 납부 보험료를 뺀 것)에 대해 원래 붙어야 하는 세금(이자소득세15.4%)이 면제된다.

다만 연금보험의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보험료를 월 150만원 이내로 5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가입 후 10년이 되기 전에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보험 차익에 대해 15.4%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보험료를 월 150만원 초과해 납입할 경우에도, 종신형 연금(55세부터 사망 때까지 수령) 방식이라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단,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가 동일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계약과 연금 지급 재원이 소멸하는 등 일정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현재와 미래 소득 상황 꼼꼼이 따져봐야”

세제 적격·비적격 상품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말해, 현재 고정적인 근로소득이 있다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세제 적격 상품이 적합하다. 반면, 현재 고정 소득이 없거나 은퇴 후 예상되는 금융 소득이 커서 종합과세를 고민하는 경우라면 비적격 상품이 유리하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적격 상품 적립금은 217조원, 비적격 상품은 226조원으로 규모가 비슷하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미래의 소득 상황을 꼼꼼하게 살피고 예측해야 최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