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전광판에 원·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지난 17일 기준 100엔당 원화 환율이 860.84원까지 하락하는 등 일본 엔화 가치가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엔화 예금 잔액(86억1000만달러)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저점(低點)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향후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엔화를 사 모으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100엔당 원화 환율은 900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당장 엔화를 쓸 일도 없는데 너무 큰 돈을 환전해 오래 묵히는 건 손해일 수도 있다. 엔화를 금융기관에 맡겨봤자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1년 정기예금 평균 이자는 연 0.0%다. 만기를 다르게 해도 금리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1년 정기예금 기준으로 달러화는 연 5%대 초반, 유로화는 연 3% 중반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영국 파운드화 예금은 연 4%대 후반, 스위스 프랑화와 중국 위안화는 연 1.2~1.3% 정도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이 엔화 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엔화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은행들은 외화 예금으로 해당 외화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출을 해주며 이익을 낸다. 그 외에는 해당국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거나 해당 외화 표시 채권 등에 투자한다. 일본 엔화는 국내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거의 없어서 은행이 이자 이익을 올리기 어렵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현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는 형편이다. 시중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엔화를 들고 있으면 오히려 손실만 나는데 예금자에게 보관료를 받을 수는 없어서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를 쓸 일이 없다면 무리해서 환전하는 것보다 다른 투자처를 찾거나 보유 통화를 다양화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 PB는 “엔화는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고, 엔화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서 환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