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기 규격 인증서비스 업체 디티앤씨는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티앤씨의 자회사인 의·약학 연구개발 업체 디티앤씨알오도 20~21일 이틀간 14.6% 급등했다. 시장에선 별다른 호재가 없었음에도 이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한동훈 테마주’로 묶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내년 4월 총선이 1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근 증시에선 별다른 호재나 악재 없이도 급등락하는 종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 테마주’로 불리는 ‘정치 테마주’들이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은 주가 조작에 이용되기도 하고, 거품이 꺼지면 쉽게 급락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거 다가오자 또 정치 테마주 ‘바람’
디티앤씨는 자회사 디티앤씨알오의 이성규 사외이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같은 1973년생에 서울 법대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한동훈 테마주로 묶였다. 가정용품 업체 쿠첸을 자회사로 둔 부방은 작년 6월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한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한 장관과 서울 법대·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동문이라는 점에서, 건축·조선용 자재 업체 제일테크노스는 서울 법대 출신으로 서울고검장을 지낸 박정식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함께 일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난 15일 한 장관의 아내가 국무위원 배우자들과 함께 봉사 활동에 나선 사진이 보도된 데 이어 한 장관이 17일 대구, 21일 대전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한 장관 같은)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고 ‘러브콜’을 보내면서 시장에선 한 장관의 총선 등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런 소식에 부방은 20~21일 41% 폭등했고, 제일테크노스도 13.6% 올랐다.
정치 테마주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9월 22일 공개된 유튜브에서 “사회적으로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걸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고민 중”이라고 총선 출마 가능성 시사하자 같은 달 25일 화천기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2019년부터 ‘조국 테마주’로 분류됐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했지만,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올라가면서 최근 석 달간 화천기계 주가는 18.2% 올랐다.
정치인의 신상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락하기도 한다.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동신건설이 급락하고, 김동연 경기지사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에 ‘김동연 테마주’로 꼽히는 씨씨에스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동신건설과 씨씨에스는 각각 이 대표와 김 지사의 고향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정치 테마주 급등락 위험… 투자 유의”
그런데 실제로 정치 테마주는 당사자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20대 대통령 선거 정치 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테마주로 꼽힌 84개 종목 중 44%가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공통된 지인이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18%), 학연(16%) 등 해당 기업의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없는 막연한 관계가 대다수였다. 정치 테마주는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상승했지만, 선거일 기준 13~24 거래일 전부터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유동 주식 비중이 낮고 가격이 비교적 낮은 특성을 보인다”면서 “이런 종목들은 회사의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로 묶인 기업들도 자율공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특정인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투자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