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경./뉴시스

지난 7월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 지정이 의무화된 이후 3개월 동안 디폴트 옵션 상품 10개 중 8개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 근로자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별다른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미리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23일 금융감독원 통합 연금 포털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집계되는 222개 디폴트 옵션 상품 가운데 82%(182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을 낸 나머지 40개도 수익률은 0.01~1.03% 수준이었다.

이는 3분기 국내 증시 약세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의 긴축 우려와 중국 부동산 불안 등으로 3분기 코스피는 5.3%, 코스닥 지수는 5.4% 하락했다. 이에 주식 비율이 높은 펀드 상품 위주로 수익률이 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증권 업계 디폴트 옵션의 평균 수익률이 -1.05%로 전 업권에서 가장 낮았다. 이어 생명보험(-0.73%), 은행(-0.68%), 손해보험(-0.3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과 같이 원금이 보장되는 저위험 상품들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은 장기 상품인 만큼 장기 수익률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증시 변동성이 제거되지 않은 첫 성적표인 점을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며 “노후 대비를 하는 장기 투자인 만큼 단기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