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연 3%대 금리가 2개월여 만에 다시 등장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혼합형 대표 상품의 금리는 연 3.86~6.03%로 집계됐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에서 연 3%대가 나타난 것은 9월 말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혼합형 상품은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이다.

5대 시중은행 중 금리 하단이 가장 낮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이날 기준 연 3.86~5.26%를 나타냈다. 1주 전 금리 범위인 연 4.03~5.26%보다 하단이 0.17%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연 4.056~4.456%), 우리은행(연 4.29~5.49%), 농협은행(연 4.33~6.03%), 신한은행(연 4.56~5.86%) 등은 금리 하단이 연 4% 초반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이런 대출 금리 하락세에 대해 은행채 금리 하락 영향이라고 한다. 주택 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이 이달 들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 신평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1일 연 4.735%에서 22일 연 4.227%로 떨어졌다. 이 금리는 지난달 26일엔 연 4.811%까지 오른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채 금리는 미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데, 한때 연 5%까지 올랐던 미 국채가 최근 다시 연 4%대 중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경고가 더해지며 대출 금리 하락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은행권은 당초 가계 대출 억제 기조에 발맞춰 가산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커지며 분위기가 반전됐고, 은행이 대출 금리를 손쉽게 올리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계 부채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계 대출은 주택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 대출은 1759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조7000억원 늘어 작년 2분기 말에 기록한 역대 최대(1757조1000억원)를 경신했다. 그중 주택 담보대출은 3분기에 17조3000억원 늘어난 1049조100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1분기 말 101.5%로 스위스(128%), 호주(110.6%), 캐나다(101.9%)에 이은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