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은퇴한 김모(57)씨는 바로 경기도 수원의 한 타운하우스에 입주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평소 소원을 이뤄 기뻤다. 친구를 초대하고 집을 꾸미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작년 구매 당시 약 12억원이던 집값이 최근 2억원이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원생활이라는 꿈만 바라보다가, 평생 모은 피 같은 돈을 허투루 쓴 것 아닌가’라는 자책감에 매일 괴롭다.
타운하우스는 은퇴족의 희망으로 지난 수년간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21년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의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이 은퇴 이후 희망하는 주거 공간으로 ‘타운하우스와 단독·다가구·전원주택’이 1위(38%)에 뽑혔다. 아파트(35%)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타운하우스는 대부분 숲, 공원, 호수 등 쾌적한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입지에 있다. 일상에 필요한 생활·여가 시설을 갖춘 곳도 많아 인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타운하우스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구입하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후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타운하우스 구매 전 유의할 점을 알아보자.
◇타운하우스 청약 경쟁률, 300대 1 넘기도
타운하우스는 공동주택과 전원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단지형 단독주택’이다. 이는 3~4층 이내 저층 저밀도 주거 단지로, 단독주택을 두 채 이상 나란히 붙여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형태다. 마당이나 야외 테라스가 가구별로 있어, 거주자가 각자 취향에 맞춰 집을 꾸밀 수 있다. 또, 숲이나 공원, 호수 등 자연에 둘러싸인 이른바 ‘숲세권’ 입지 덕분에 집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 서비스 면적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타운하우스는 실사용 면적이 아파트 대비 두 배를 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제공된다. 이에 더해 타운하우스는 보통 10~100가구씩 모여, 입주자들이 방범, 커뮤니티 시설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편리한 측면도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타운하우스는 인기가 높았다. 2000년대 중반 파주시에 들어선 ‘헤르만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자, 수도권 일대에서 본격적으로 ‘타운하우스 붐’이 일었다. 지난 2021년 경기도 성남시에 분양한 ‘판교SK뷰 테라스’는 292가구 모집 청약에 총 9만249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16.7대1을 기록했다. 작년 화성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 역시 99가구 모집에 청약이 1353건 접수되면서 평균 경쟁률 13.6대 1을 기록했다.
◇1년 만에 1억원 떨어진 실거래가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기 불황과 부동산 시장의 약세로 타운하우스도 미분양과 가격 하락이 속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초부터 경기 용인, 인천 청라, 경기 양주 일대 타운하우스의 미분양이 속출했다. 이에 따라 잔금 유예, 할인 분양 등을 하며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경기 김포시 마산동 자이더빌리지메트로 1단지(전용 84㎡형)는 작년 1월 7억78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올해 1월엔 6억8000만원에 팔렸다. 1년 만에 1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경기 동탄시 탄중흥에스클래스파크더테라(전용 84㎡형)도 작년 1월 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올 6월 5억9375만원에 팔렸다. 경기 파주시 문발동 헤르만하우스 1단지도 실거래가가 작년 대비 1억6000여 만원이나 떨어졌다.
떨어지는 가격 외에도 타운하우스 매입 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상대적으로 낮은 환금성에 유의해야 한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적다. 최근 작은 평형대도 출시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50~100평의 대형 평형대 고가형 상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아파트 시장과 달리 가격 범위가 형성돼있지 않으며, 인터넷에 공개된 거래 사례도 많지 않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 타운하우스는 구조적으로 옆집과 벽면을 공유하기 때문에 벽간 소음과 사생활 침해에 취약할 수 있다. 아파트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운하우스에 입주한 경우에도, 동(棟) 간 짧은 거리 설계와 개방감을 위해 설치된 많은 발코니 때문에 오히려 사생활 침해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옆집 개가 짖는 소리, 소란스러운 바비큐 파티 등으로 곤혹스러울 수 있다.
◇타운하우스 구매, 3가지 고려 요소
은퇴 후 타운하우스에서 안락한 인생 2막을 꿈꾼다면, 세 가지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다. 우선, 타운하우스는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한된 수요층과 비교적 낮은 환금성, 하락하고 있는 가격 때문이다.
둘째로, 투자자는 일반 아파트보다 충분한 매입 자금이 필요하다. 타운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고, 공사 기간도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도금 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할 수 있어 충분한 자금 안배가 필요하다.
끝으로 타운하우스는 입지와 규모를 잘 따져야 한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택지 지구나 신도시 주변은 병원이나 학교, 쇼핑 시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추후 도로나 철도가 신설되거나 확정 및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매매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높다. 반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생활 편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주민도 불편하고, 투자 선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