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국 중 하나인 인도 경제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에 인도 증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기준으로 인도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4위인 홍콩 증시를 제칠 기세라고 보도했다. 인도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에서 2조달러가 되는 데까지는 10년이 걸렸지만, 이후 2조달러에서 3조달러까지 크는 데 4년이 걸렸고 다시 4조달러로 불어나는 데는 2년여가 걸리는 등 시가총액이 1조달러씩 커가는 달성 기간이 급격하게 단축되고 있다. 인도 증시는 현재 세계 5위다.

그래픽=양진경

◇세계 4위 증시 노리는 인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작년엔 외국인이 인도 주식을 170억달러 순매도했으나 올 들어선 강한 순매수세로 전환해 15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인도를 대표하는 센섹스 지수와 니프티50 지수는 올해만 각각 14%, 15%씩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대로 홍콩 항셍지수는 내리막길이다. 중국의 반간첩법과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외국인이 떠나며 올해만 19% 하락했다. 상반된 증시 흐름에 인도와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4조5900억달러) 격차는 약 5900억달러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대로라면 인도 증시가 홍콩을 예상보다 빠르게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악시스 뮤추얼 펀드의 아시시 굽타 최고투자책임자(CTO)는 “인도가 소비 중심 경제에서 소비와 투자가 주도하는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이런 구조적 변화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 국부 펀드들은 인도 사무소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3 넘보는 인도 경제

인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인도 증시를 밀어올리는 요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연 6%대 고속 성장 중인 인도는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규모에서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5위에 올랐다. 올해도 인도는 IMF(국제통화기금)가 전망한 세계 성장률인 2.9%의 두 배가 넘는 6.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도 밝다. 지난 6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향후 2031년까지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이 6.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탈(脫)중국화로 인도가 중국의 대안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서 강점, 제조업 유치를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등이 맞물려 경제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IMF는 이런 추세라면 인도의 명목 GDP가 2026년엔 일본을, 2027년에는 독일을 차례로 추월해 경제 규모가 미국, 중국에 이어 글로벌 3위 안에 드는 국가(G3)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날개 단 인도 펀드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인도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도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1%로 일본(27%), 베트남(26%), 중국(-42%)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압도했다. 특히 이 기간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인도중소형FOCUS 펀드(Ce) 수익률이 134%에 달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도중소형 펀드(F)와 IBK인디아인프라펀드(A)도 각각 121%, 87%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인도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3713억원 늘었다. 인도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 운용 규모는 이달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인도 증시의 고평가 논란은 부담이다. 센섹스 지수의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21배로 미국(19배)이나 글로벌 평균(16배)보다 높다. PER이 높을수록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이 걸린 내년 상반기 총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불안한 요소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도의 높은 밸류에이션(시장 평가 가치)은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며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라며 “인도 경제는 거대한 내수 시장의 힘으로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