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배당금을 노린 투자자들이 배당주에 몰리면서 배당주 주가가 대체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선 ‘찬 바람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 주요 배당주들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주요 배당주를 모아 만든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11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6.7%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8.4%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코스피 고배당 50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을 살펴보면, 메리츠금융지주(14.1%)와 포스코홀딩스(12.2%), 기아(9.2%)만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았을 뿐 나머지 7종목의 상승률은 코스피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김하경

◇횡재세 논란에 은행주 주가 부진

전통적인 배당주인 은행주는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11월 이후 신한지주(5.2%), 하나금융지주(5.1%), KB금융(1.4%) 등의 주가가 코스피 상승률(8.4%)에 못 미친다. 고금리 환경에서 막대한 이익을 냈다며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조1000억원보다 38.2% 급증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상생 금융’을 내세워 은행권에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이자 경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은행 초과 수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이익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1월 초 이후 지난 6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은행주 중 시총 1위인 KB금융 주식을 1165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는 등 은행주를 팔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어떤 형태로든 연내에 은행 초과 이익 대책이 나올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한동안 불확실성은 지속할 것”이라면서 “투자 심리 악화로 은행주는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배당 기대가 크고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11월 이후 상승률은 4.5%에 그치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실적 부진에 ‘배당컷’ 우려도

실적 부진으로 배당액이 줄어드는 ‘배당컷(배당금 감소)’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배당주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9.7% 감소하면서 주당 배당금도 작년 1만2000원에서 올해 1만1235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5840원→558원), 삼성전기(2100원→2048원), HMM(1200원→631원), 에쓰오일(S-Oil·5500원→2711원) 등도 배당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허석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기 수익성이 현금 배당의 규모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수익성의 흐름과 향후 전망은 배당의 규모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면서 “포스코홀딩스,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 HMM, 고려아연, 에쓰오일, 엔씨소프트, LG이노텍 등은 배당컷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배당금 감소 우려에 우선주도 부진하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률이 높기 때문에 배당주가 관심을 받는 연말에 대체로 보통주보다 성과가 낫다. 하지만 삼성전자 우선주의 11월 이후 상승률은 3.8%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 보통주 상승률(4.5%)에 미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 LG, SK, NH투자증권 등도 같은 기간 우선주 주가 상승률이 보통주보다 낮았다.

◇올해부터 배당금 보고 투자 가능

한편 올해부터 일부 상장사의 경우 배당금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2267곳 중 636곳(28.1%)이 배당받을 사람을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일 이후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선하거나 정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투자에 앞서 배당 절차를 바꿨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는 11일부터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의 홈페이지에서 배당기준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