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3일(현지 시각)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을 시사하면서 작년 3월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투자자들은 다가올 ‘금리 인하기’를 대비해 재테크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시기가 됐다.

금리 인하기에 주목할 대표 자산은 채권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0월 19일 연 4.98%에서 이달 13일 연 4.04%까지 내렸다. 월가에선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新)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경로대로 흘러갈 경우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내릴 것”이라며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김의균

◇채권은 장기채, 주식은 성장주

전문가들은 채권 중에서도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채를 주목하라고 한다. 박근배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솔루션 본부장은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인하 시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채 위주로 투자하되, 금리가 반짝 오를 위험에 대비해 만기가 짧은 우량 회사채를 나눠 담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주식을 분할 매수 하듯이 채권도 분할 매수해서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등을 통해 채권을 직접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국내외 상장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하면 좀 더 쉽게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 중에선 성장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보통 성장주는 부채가 많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 부담이 줄어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최윤창 삼성증권 SNI 삼성타운금융센터장은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많이 내렸던 성장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이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됐던 올해와는 달리 인공지능(AI), 로봇, 비만치료제 등 새로운 성장 섹터가 등장하고 있어 투자 바구니에 골고루 나눠 담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성장주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기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부 팀장은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경기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성장주 중에서도 현금 흐름이 탄탄한 종목들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김의균

◇예·적금은 장기상품으로

금리 인상기 때 가격이 많이 하락한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도 금리 인하기에 유망한 투자처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부동산 임대료나 매각 차익 등으로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금리 인상기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보유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이자비용도 늘어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리츠사들의 경우 보유 자산의 안전성을 감안했을 때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면서 “내년을 앞두고 리츠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위주로 돈을 굴리는 투자자라면 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장기 예·적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예금 금리는 시장 금리가 떨어져도 가입 기간 동안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박근배 본부장은 “작년 말 연 5%를 넘는 높은 금리에 은행 정기예금으로 돈이 엄청나게 몰렸는데, 이제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이라면서 “그때보다는 금리가 낮겠지만, 예·적금 위주로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금리가 더 내려가기 전에 장기 예·적금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