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입니다. 과거 패턴에 의존한 쏠림 투자는 경계해야 합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시장 기대와 달리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기는 이르다”며 “내년에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금처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위기마다 가격이 튀어올랐던 안전 자산을 담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현상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시 경제 1타 강사’라고 불리는 오 팀장은 22~23일 이틀간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재테크 행사인 ‘2024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연사로 나선다. 그는 22일 오후 1시 30분 ‘2024년 글로벌 금융 이슈 점검_인플레이션과 금리, 환율’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금리 인하 시점? 시장 기대보다 늦을 것”
- 올해 자산시장은 혼란스러웠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변동성이 높은 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시장과 중앙은행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의사·환자 관계와 비슷하다. 의사는 중앙은행, 환자는 시장이다. 약간 내 몸이 나아지는 것 같으면 환자(시장)는 하루빨리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의사(중앙은행)는 나아지고는 있지만 조금만 더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이다.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면 자산 시장이 뜨거워졌다가, 중앙은행 발언이 나오면 다시 가라앉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은행은 7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총재가 이번에 전 세계 중앙은행이 그렇게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이다.”
-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언제일까.
“미국은 내년 5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돼 연말까지 다섯 차례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국도 미국에 맞춰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 역시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다만 시장이 원하는 만큼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할지는 의문이다. 금리 인하는 자칫 소비를 자극해 수요가 늘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원하는 금리 인하 시점보다는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높고, 횟수 역시 시장 기대보다 적을 것으로 본다. "
◇엔(円) 투자자 내년 3~4월 춘투 주시해야
- 엔저로 엔화 투자 관심도 크다.
“엔화 투자 때는 일본의 국채 금리를 바라봐야 한다. 일본 중앙은행은 국채 금리를 연 1%에 맞춰놓고, 1%에서 너무 많이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려고 할 때 일본 중앙은행은 장기 국채를 사들여 시장에 돈을 공급한다. 결과적으로 금리가 다시 내려가는 구조다. 엔화가 시장에 투입되다보니 엔화가 약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엔화를 강세로 만들거나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 결국 어느 정도 엔 강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때가 오게 될 것이다. 즉 일본의 물가 흐름도 주시해야 하는 포인트다.”
- 엔 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내년 3~4월에 일본에서는 춘투(春鬪)가 예정돼 있다. 임금 인상 투쟁이다. 임금은 올라가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춘투 상황을 보고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면 엔 강세 페달을 밟지 않을까 예상한다.”
- 개인 투자자들은 내년을 어떻게 맞이할까
“우선 쏠림 투자에 대한 철저한 경계가 첫째다. 최근 10년간 흐름을 보면서 ‘이 정도 떨어졌으면 사도 되겠다’는 식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40년 동안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이다. 과거 투자 패턴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동안 부진했던 자산 중 안전 자산에 속하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금이다. 금은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때 가격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전액은 아니더라도 금과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금을 일부 담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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