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개편된 포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규정’이 최정우 현 회장의 ‘셀프 연임’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재계와 금융시장은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김 이사장은 28일 본지 통화에서 “소유분산 기업(대주주가 없는 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KT 사례 때 밝힌 바와 같이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며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포스코의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공정하고 주주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하고, CEO 후추위를 가동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보여주기식’ 지배구조 개편이란 논란이 나왔다.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최 회장 재임 시절 선임됐거나 연임된 인사라 최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 이전까지는 현직 회장이 주주총회 90일 전까지는 연임 여부를 밝히도록 했지만, 이번에 이 규정이 폐지되면서 최 회장은 자연스럽게 1차 후보군(롱 리스트)에 포함되게 됐다.
후추위는 별도의 공모 절차나 자문단 없이 현직인 최 회장을 포함한 내부 임원과 외부 추천 인사들로 1차 후보군을 추릴 예정이다. 이후 내부 심사를 통해 내년 1월 말 4~5명 안팎의 ‘쇼트 리스트’를, 2월에는 2~3명의 ‘파이널 리스트’로 압축해 심층 면접을 보고 이를 통과한 최종 1인을 이사회에 차기 회장으로 추천하게 된다. 이 전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깜깜이’ 심사란 비판도 나온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포스코홀딩스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올 상반기 KT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에 공식 반대하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고, KT는 공모와 외부 인선 등으로 투명성을 높였다.
이는 현 정부의 철학과도 관련이 깊다. 올해 1월 말, 윤석열 대통령은 “(KT나 포스코처럼)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