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는 연도가 홀수인 해는 한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짝수인 해에는 약세를 보인다는 경험 법칙이 있다. 이른바 ‘홀짝 법칙’이다. 실제로 코스피는 홀수 해인 지난해는 18.73% 상승한 반면, 짝수 해인 2022년은 24.89% 하락했었다.

짝수 해인 올해는 증시에 ‘하락 징크스(불길한 징조)’가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올해는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연내 미국 기준 금리 인하 같은 굵직한 사안도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최고점을 작년 말보다 150포인트 정도 높은 2800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짝수 해는 절반만 상승장

먼저 증시 홀짝 법칙은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체로 들어맞고 있다. 유독 짝수 해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거나 지지부진하다가 이듬해인 홀수 해엔 주가가 회복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00~2023년 24년간 홀수 해 12번 중 2011년(-10.98%)을 제외하고는 코스피는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그러나 짝수 해 12번 중 전년보다 상승한 해는 절반인 여섯 번에 그쳤다.

이 기간 홀수 해 평균 수익률이 20.55%에 달한 반면 짝수 해는 -5.69%를 기록했다. 지난 24년간 코스피 성적이 최악이었던 해 역시 짝수인 2000년(-50.92%)이었고 최고였던 해는 홀수인 2005년(53.96%)이었다. “돈은 홀수 해에 벌어라”는 증권가 속설이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다만, 경험 법칙은 과거 경험에 따른 것일 뿐, 그 이유를 설명하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다만 한 증시 관계자는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과 경기 침체 등이 짝수 해에 주기적으로 반복되었고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의 투자가 줄면서 증시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총선 한 달 후엔 증시 하락

올해 또 다른 증시 변수는 오는 4월에 있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총선과 관련된 경험 법칙도 있다. 앞서 2000년 이후 치러진 여섯 번 총선에서는 선거일 이후 한 달간 코스피가 하락한 횟수가 네 번이다. 대체로 총선 전 한 달은 상승을, 이후에는 하락 흐름을 보였다. 직전인 21대 총선(2000년 4월 15일)의 경우 코로나 충격 이후 투자 심리 회복으로 총선 이후에도 코스피는 3.78% 상승했지만 총선 이전(4.83%)보다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16대(2000년 4월 13일)와 17대(2004년 4월 15일) 총선은 낙폭이 각각 -11.55%, -16.14%로 높다. 다만 이를 총선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무리라는 해석이 많다. 16대 총선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진정된 후 코스피가 4배 넘게 올라 주가 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17대 총선 이후도 2002년 카드 사태로 충격받았던 증시가 연중 오른 후 조정이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증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는 새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테마주가 부상하며 증시에 반영됐다가 선거 이후 차익을 실현하는 매물이 나오는 패턴이 있다”고 했다.

◇주도주 없는 장세 예상

NH·삼성·신한·메리츠·유안타·IBK·SK·하이투자증권 등 8개 주요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 변동 폭을 최저 2200~2350, 최고 2700~2800 수준으로 전망했다. 전망 최고점인 2800을 찍어도 작년 말보다 5%대 성장하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주가가 올해 상반기 주춤하면서 한동안 주도주 없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증시는 상단과 하단이 모두 제한된 상황에서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고, 하반기는 미국 대선 국면이 이어져 추후 논의해야 한다”며 “주도주가 시장을 압도하기보다는 지난해 소외됐던 종목 중 조금이라도 성장성이 보이는 종목에서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인하해 자금줄이 풀릴 경우 인터넷·게임·바이오 등 확장세에 있는 성장 기업부터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작년 말부터 증시에 과도하게 반영돼 오히려 금리 인하 단행 후 증시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