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승인한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하나뿐이다. 그런데 이날 코인 시장에서는 호재의 주인공인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가상화폐들이 줄줄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제도권 진입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대중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다.

11일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가량 오른 4만6000달러(약 6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비트코인에 이어 둘째로 시가총액이 큰 이더리움이 10% 급등한 것을 비롯해 카르다노(+13%)와 리플(+5%) 등 대부분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코인)이 상승세를 탔다. 이날 비트코인이 1%밖에 오르지 못한 것은 작년 말부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며 비트코인 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간 비트코인 가격은 160% 급등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이날 10% 넘게 오르며 202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26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지난 1년간 90%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에 비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반영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과 거래를 공식 승인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이더리움 등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뉴스1

특히 비트코인 다음으로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매수세를 부추겼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하면서, 이더리움 ETF는 승인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현재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신청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반에크, 아크&21셰어스, 해시덱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코, 블랙록, 피델리티 등 7곳이다. SEC의 최종 결정은 5월 23일 반에크 신청건부터 시작된다.

다만 금융회사인 에델먼파이낸셜의 창립자 릭 에델먼은 “SEC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는 데 (최초 신청한 2013년부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를 보면 이더리움 ETF 승인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