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랑 일본 증시는 매일 오르는데, 한국 코스피는 왜 매일 빠지는 건가요?” “대통령이 새해 증시 개장식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는데 주가는 왜 거꾸로 가나요?”
새해 들어 코스피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 매도에 전날보다 0.6% 하락한 2525.05에 장을 마쳤다. 올해 코스피는 새해 첫 날에만 0.6% 올라 상승 마감했을 뿐, 다음 날부터는 연일 마이너스로 마감하는 중이다. 연초 이후에만 약 5% 빠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8거래일 연속 하락은 역대 3위 기록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 1989년 6월과 9월로, 당시 코스피는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반면 미국 우량기업 500곳의 주가를 묶어 산출하는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전날보다 0.1% 상승한 4783.83에 마감하면서 지난 2022년 1월에 찍었던 역대 최고치(4796.56)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은 고금리 환경에도 일자리가 넘치고 소비도 둔화되지 않는 등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일본 증시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은 지난 5일부터 연속 상승해 올해만 6% 넘게 올랐다. 지난 12일 종가는 3만5577.11엔으로, 거품 경제가 한창이던 1989년의 사상 최고치(3만8915엔)를 향해 돌진하는 중이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들이 가세하면서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올해 일본 정부는 국민들의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한국판 ISA인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개편해 신NISA를 출시했다. 18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평생 비과세(일본은 주식 차익에 20% 과세) 혜택을 주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SMBC닛쿄증권은 신NISA 효과로 연 2조엔(약 18조원)이 일본 주식에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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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증시가 차근차근 상승하는 것과 달리, 한국 코스피는 체력이 버티지 못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연말이 되면 기관들이 배당을 받으려고 현물 주식을 사들였다가 해를 넘기면 매도한다”면서 “그런데 작년 말 미국에서 금리 인하 소식이 나오면서 다급해진 기관들이 주식을 과식했고 올해 전부 정리하면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작년 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짙어지면서 ‘늦기 전에 사자’ 분위기 속에 산타랠리가 펼쳐졌는데, 새해 들어 그런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배당 차익을 노리고 연말에 주식을 샀던 기관은 올해 이미 6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이 중 2조원 가량은 삼성 일가의 블록딜 물량).
대형 운용사의 투자전략부 관계자는 “지금은 작년 말 금리 인하 기대감에 빠르게 올랐던 지수를 되돌리는 구간인데, 미국보다 한국 주가가 더 빠지는 이유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업종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면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영업이익)의 앞자리 수가 3도 아니고 2라는 것이 여의도에선 솔직히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업계 기대치(3조7441억원)에 25% 못 미친 성적으로, 사실상 ‘어닝쇼크’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2023년 한 해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내수가 버텨주는 나라가 아니고 오로지 수출, 그것도 반도체 뿐인데, 업종 기대감이 깨지면 지수는 쉴 수 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네카오(네이버+카카오)나 개별 종목들이 오르는 것을 보면 지수만 바라보고 있을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나 저가주, 장기소외주 등에서 수익 기회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