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021년 상반기에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3년 만기가 이달 들어 줄줄이 돌아오면서, 최근 닷새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대형 은행 4곳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에서 8일부터 12일까지 총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국내 5대 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은 오는 3월까지 만기 도래분이 없어 아직 고객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다.
대형 은행 4곳에서 이 기간 3년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2105억원어치다. 그중 총 1038억원만 상환이 돼서 전체 손실률은 50.7%로 집계됐다. 최고 손실률은 52.1%에 달한다. 앞서 지난 8일 올해 처음으로 만기가 돌아온 KB국민은행의 상품은 손실률이 50.5%로 확정되기도 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보통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홍콩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70%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포인트 선을 넘었지만, 현재 반 토막이 나서 548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홍콩H지수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 들어 은행에 접수되는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접수된 홍콩 H지수 연계 ELS 관련 민원은 총 51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접수된 민원 건수는 약 900건인데, 한 달도 안 돼서 작년 민원의 절반 이상이 들어온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H지수 연계 ELS 중 올 상반기에 9조20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당장 이달에만 8000억원이 만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