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 미국의 50개 대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한가(10%)를 기록했다. ‘MSCI 미국50 ETF’라는 상품인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알파벳과 같은 미국 대장주들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부진한 중국 증시 흐름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 자금이 미국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몰려가면서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다.
중국은 해외주식 직접 투자에 제한이 있어서 개인들은 대부분 본토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ETF로 매매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에선 외인 자금이 빠져 나가고, 상하이에선 미국이나 일본 등지의 해외 ETF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의 중국 이탈 흐름에서 더 나아가 중국인 자금까지 자국 증시를 탈출하는 차이나 런(China run·중국 탈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자금이 자국 증시를 외면하면서 중화권 증시 낙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 부양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이날 중국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2.7% 하락한 2756.34에 마감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 이후 최저점을 찍는 중이다. 중국의 시가총액 상위 300개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CSI300 지수 역시 지난해 11.4%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5% 가까이 더 빠지며 부진한 모습이다. 홍콩H지수 역시 이날 3% 가까이 빠지면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5000선이 붕괴됐다.
중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가는 곳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지난 17~18일에는 최근 활황장인 일본 ETF로 개인 자금이 몰리면서 아예 ETF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거래가 중단된 ETF는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17일과 18일 각각 오전에 개장하자마자 1시간 가량 거래가 중단됐다. 해당 ETF 거래 가격이 기준가보다 훨씬 높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당국이 일시적으로 거래를 막은 것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파죽지세다. 올해만 벌써 10% 가까이 올랐다. 닛케이평균 역대 최고치는 1989년 10월의 3만8915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