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연말연시를 맞아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로이터 뉴스1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엇갈리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싸고도 정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10~12월) 시장 전망을 웃도는 ‘깜짝 성장’을 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서둘러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명분이 사라졌다. 현재 연 5.25~5.5%인 금리 수준에서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가도 연준 목표인 2%로 점차 수렴하고 있다. 연준이 가장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3.4%를 기록한 이후 10월(2.9%), 11월(2.6%) 연달아 2%대에 진입해 차차 낮아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2월 PCE 물가 역시 전년 대비 2.6% 올랐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시장에선 연준이 이르면 올해 3월부터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성장률 등 미국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괜히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이 부활할 우려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새해까지 미 경제가 보여준 강력한 성과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에 3월은 너무 이르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예측 사이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25일 현재 연준이 3월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이 50%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확률은 70%에 달했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은 다음 달 5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의 인하다. 그런데 인하 폭은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두 배로 커졌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중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맡겨야 하는 돈의 비율인데, 이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중국은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지급준비율을 바꾸는 것을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