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로 향해 가는 모습이 확연해지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인도에 대한 베팅을 늘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 증시는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의 수혜 등으로 지난달 22일 홍콩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 증시로 올라섰다.
한 사례로 일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 달 새 2조원어치의 인도 주식을 쓸어 담으면서 인도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일본의 인도 주식형 투자신탁 총자산이 전달 보다 11%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금액으로는 2370억엔(약 2조12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중국 증시에선 짐을 싸는 분위기다. 일본인의 중국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4275억엔(약 3조820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중국 증시가 미·중 갈등과 부동산 시장 위기 등으로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자 투자금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머니 흐름도 비슷하다. 작년 2월 초까지만 해도 아이셰어스 MSCI 중국 ETF(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MSCI 인도 ETF의 두 배 가까이 많았는데, 불과 1년 만에 역전됐다. 최근 인도 ETF 순자산이 81억달러로 중국(49억달러)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인도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 금액도 2012~2022년 연평균 8.7%씩 늘어 중국(4.6%)을 훨씬 웃돌고 있다.
◇사상 최고 경신한 인도 증시
인도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인도를 대표하는 센섹스 지수와 니프티50 지수는 작년에만 28%, 20%씩 상승했다. 테크주 질주로 24% 오른 미국 S&P500 지수에 필적하는 성과다. 인도 센섹스 지수는 지난달 15일 7만3327.94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인도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 수익률은 펄펄 날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 3년 수익률은 65%에 달했다. 역대 최고점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한 일본 펀드 수익률보다 높았다.
발 빠른 국내 투자자들은 인도 ETF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미래에셋·삼성·키움자산운용에 따르면, 인도 니프티 지수 수익률을 따르는 ETF 5종(레버리지 포함)의 순자산은 작년 6월 말 4406억원에서 작년 12월 말 5879억원으로 33% 불었다. 연초 이후에도 추가로 18% 늘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인도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21.6배로 신흥국 평균(11.5배)보다 높아 다소 비싼 감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싸다”고 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0년대 (비약적으로 성장한) 중국을 봤다면 지금 인도를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도 경제 향한 장밋빛 전망
인도 경제는 모디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제조업 부흥’이 성과를 내면서 꾸준히 고속 성장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2.9%로 전망하면서, 인도 성장률은 종전보다 0.1%포인트 상향한 6.2%로 올려 잡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구 14억명의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작년 5월 현대차가 3조2000억원의 인도 투자 계획을 밝혔고, 애플 협력 업체 폭스콘도 작년 말 2조6500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결정했다. 내수 시장이 큰 인도는 30세 미만 젊은 층이 51%로 많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2026년이면 인도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 업계 인도 진출에 속도
국내 투자 업계도 인도 시장을 선점하려 잰걸음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12월 현지 9위권 증권사 쉐어칸을 인수하며 현지 공략에 나섰고,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인도 최대 자산운용사 라이트하우스칸톤과 인도 지역 사모 사채 공동 투자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만 일각에선 인도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의 낮은 저축률과 부진한 여성 사회 진출, 높은 관세 등이 인도 성장에 장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