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2연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열린 나이트 파티 행사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前)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정치 테마주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서학개미들은 ‘트럼프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을 올 들어 미국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보다 더 많이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 종목 톱50 중 49위에 펀웨어(752만5319달러·약 99억8000만원)가 올랐습니다. 100억원 가까이 돈이 몰렸죠. 같은 기간 펀웨어 바로 밑에는 나이키(720만5576달러·약 95억6000만원)가 위치해 50위를 했습니다.

◇올 들어 주가 4배 뛴 동전주의 정체

'트럼프 테마주'로 분류된 펀웨어의 3개월 주가 추이. 올 들어 폭등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펀웨어는 작년 12월만 해도 서학개미 장바구니 톱50에는 없던 종목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첫 공화당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펀웨어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측의 모바일 앱을 개발하며 지원했던 업체입니다. 주가가 1달러도 되지 않는 ‘동전주’인 펀웨어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8센트에서 지난 7일 34센트로 4배 넘게 뛰었습니다.

◇'트럼프 호재’ 때마다 들썩

아직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몰리지 않은 소위 ‘트럼프 테마주’는 올 들어 미국 증시에서 급등했습니다. 올 초 대비 지난 7일까지 162% 뛴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 86% 급등한 럼블 등이 대표적입니다.

DWAC는 트럼프가 만든 소셜미디어(트루스 소셜) 모기업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럼블은 보수 콘텐츠 공유 플랫폼이라 트럼프 관련주로 묶였죠.

이들 테마주는 트럼프의 경선 성적에 따라 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압승했던 첫 경선이 이뤄진 지난달 16일 주가를 볼까요?

이날 펀웨어는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무려 453% 폭등했습니다. 같은 날 DWAC는 29.04%, 럼블은 15.63% 주가가 뛰었습니다.

트럼프의 강력한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그의 사퇴 후 소위 '트럼프 테마주'가 급등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라이벌이던 론 디샌티스가 하차한 지난달 22일도 트럼프 테마주가 요동쳤습니다. 이날 펀웨어와 DWAC, 럼블은 각각 41.55%, 88.36%, 32.92% 주가가 뛰었죠.

◇”시장 완전히 미쳤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할까요? 이미 빠른 속도로 폭등한 테마주를 사들이는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매도 압박도 커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경선 후보에 올라도 주가 상승 요인이 사라지며 오히려 테마주 주가가 빠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 테마주가 과열된 후에 폭락하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액셀러레이트 파이낸셜 테크놀로지스’의 최고경영자(CEO) 줄리언 클리모흐코는 이들 주식의 상승이 과도해 투기적 도구에 가깝다면서 “시장이 완전히 미쳤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