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양정중학교 교사가 세뱃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조선일보 머니 캡쳐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이 지나갔다. 평소 자주 보지 못한 친척들을 만나 소중한 추억을 쌓고,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이라는 두둑한 용돈까지 챙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목돈을 손에 쥔 자녀를 두고 부모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흥청망청 쓰게 놔뒀다가는 잘못된 경제 관념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에게 돈을 현명하게 다루는 습관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 지난 8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 공개된 ‘재테크 숟가락’에서는 김나영 양정중학교 교사가 ‘세뱃돈을 통한 아이 경제 교육’을 설명했다. 2009년부터 양정중학교에서 경제 동아리 ‘실험경제반’을 운영하고 있는 김 교사는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던 아이들은 큰 금액의 세뱃돈을 받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자신이 그동안 계획을 세워서 아껴 쓰고, 모았던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비정기 용돈용 통장 만들어주기

설 연휴 때 간혹 아이들은 세배를 한 뒤 받은 세뱃돈 액수가 기대보다 적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본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 어른들은 “아이가 벌써 돈을 밝힌다”고 당혹스러워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세뱃돈의 의미를 알려줘야 하는 이유다. 이제 설 연휴는 지나갔고, 남은 건 아이가 들고 있는 세뱃돈이기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김 교사는 “친척들에게 받은 세뱃돈을 부모님이 맡아준다고 한 뒤 돌려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받은 돈을 아이들이 관리하도록 하되 세뱃돈처럼 비정기적인 용돈을 쌓아둘 수 있는 별도의 통장을 하나 만들어주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아이가 받은 세뱃돈은 조부모와 친척 어른들이 손주와 조카에게 전하는 사랑이라는 점을 남기기 위해 통장에 돈을 입금하면서 ‘2024년 할머니 세뱃돈’ ‘2024년 외삼촌 세뱃돈’이라고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은행에 가지 않고 비대면으로 미성년 자녀 통장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세뱃돈이 쓰이기 전에 되도록 빨리 만들어주자.

자유 적립식 적금이나 1만원어치 주식 혹은 채권 투자를 권유해 보는 것도 좋다. 자녀가 어릴 때일수록 경제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용돈 교육의 핵심은 ‘내 돈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초3부터 일주일 단위로 용돈 지급

본격적인 경제 교육은 용돈을 주면서 시작된다. 김나영 교사는 용돈을 주기 적정한 시기는 초등학교 3~4학년 때라고 했다. 김 교사는 “용돈은 우리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돈 계산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나이부터 주는 것이 좋다”며 “돈을 얼마를 줄지보다는 돈 관리를 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용돈을 처음 줄 때는 일주일 단위로 줄 것을 권했다. 용돈 내에서는 자율성을 주더라도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주면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일주일 단위로 ‘용돈 계획서’를 작성할 것을 추천했다. 얼마를 줄지 부모와 자녀가 협상하고, 왜 그만큼이 필요한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또 한번 계획서를 작성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재협상도 필요하다. 김 교사는 “어릴 때 올바른 투자 관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 교육은 경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한 방에 크게 벌려고 하기보다 지루하더라도 자산과 시점을 분산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꾸준히 높이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가상 화폐 등 특정 자산에 매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흐름을 알게 하는 방법은 일상 소재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녀와 마트에 라면을 사러 갔을 때 지금 가격과 같은 상품의 30년 전 가격을 비교해 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르게 된다는 원리를 알려줄 수 있다.

지난달 18일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에서 공개된 김 교사의 ‘내 아이 경제 IQ 높여 부자 DNA 심어주기’를 주제로 한 강연에 보다 자세한 경제 교육 방법이 담겼다. 작년 12월 23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진행했던 강연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재테크 숟가락을 영상으로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복사해서 접속해 보세요. https://youtu.be/0bv0TR5O5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