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주식 시황 전광판이 온통 빨간색으로 칠해진 모습을 방문객이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38,800선을 넘으며 장 중 한때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가 전장보다 329포인트(0.86%) 오른 38,487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을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을 오는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기업들의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조언이 나왔다.

18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도쿄거래소는 최근 일본과 해외 투자자 90여 명(일본 30%·해외 70%)을 상대로 일본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대한 의견을 인터뷰해 보고서로 내놨다. 도쿄거래소는 작년 4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상장사에 개선책을 요구해 증시 부양을 이끌었다. PBR이 1배보다 낮은 건 주가가 장부 가치보다 낮아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올릴 때 PBR 등 어떤 한 가지 기준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기업은 PBR이 1배가 넘는지 등 수치를 단편적으로 분석하기보다 다른 기업과 비교나 시간 흐름에 따른 분석, 사업 부문별 수익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스스로를 분석한 뒤 개선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질 가치를 평가한 뒤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또 일회성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고서는 “주주환원 강화는 이것이 앞으로 기업가치 창출에 효과적으로 기여할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각자 상황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의 효율적 배분, 근본적인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투자자(주주)와 소통 강화도 주문했다.

한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민간 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8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별도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할 것▲기업 밸류업 주체가 이사회란 점을 분명히 할 것▲금융 당국은 국내외 장기투자자들과 수시로 소통할 것▲최소 3~5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 등이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에서처럼 성공을 거두려면 정부가 매우 정교한 정책 수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