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이어온 AI(인공지능) 랠리가 변곡점을 맞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AI 강세장은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예컨대 AI반도체 생산 기업인 엔비디아는 지난 1년간 240% 폭등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본지가 ‘돈 굴리기 달인’인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나 주식운용부문 대표 6인에게 증시의 AI 열풍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설문에는 고숭철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 구용덕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 대표, 김강일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최창희 삼성자산운용 자산운용부문 부사장(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주장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설문에 응했다.
이들 전문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AI 종목들에 분산 투자를 할지, 공격적으로 관련 종목을 꾸준히 사들일지 투자 방법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AI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IT 버블과 비슷” 對 “수십년 메가 트렌드”
AI 테마에 투자 심리가 몰리며 올 들어 챗GPT 운영사 오픈AI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8.6%),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반도체기업 AMD(+19.5%),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23.4%) 등이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너무 상승세가 과해 버블(거품) 아니냐는 의문이 증시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이 2000년대 초 ‘IT 버블’과 유사하다는 전문가도 있었지만, AI는 수십년을 이어갈 ‘메가 트렌드’라고 보는 입장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AI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는 이런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히 반영됐다. 특히 AI 핵심 설비 및 장비 업체 주가는 과거 정보기술(IT) 버블과 유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화에 대한 검증 없이 묻지 마 투자가 이뤄지던 IT 버블과는 다르다. 현재 AI 기업들은 탄탄한 현금 창출 능력, 가시성 있는 수익화 기회 및 마진율,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진입 장벽, 구독형 매출 기반의 눈에 보이는 실적을 발표해 왔다”, “AI 개념은 70년간 발전해 이제 본격적인 상용화에 접어들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버블은 아니다”란 의견도 있었다.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냐는 질문에는 “아직 투자하지 못한 분들도 기회가 있다. AI산업의 승자가 확실해질 때까지 개별 기업 주가 등락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5차 산업혁명 테마다. 적극 투자해야 한다”며 당장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AI는 향후 수십년 메가 트렌드다. 빨리 따라가야 한다고 조급함을 갖기보다는 분산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며 분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업 투자 매력 커져
엔비디아 등은 너무 비싸졌는데 아직 덜 오른 다른 수혜주는 없냐는 질문엔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지금 엔비디아보다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AI를 기반으로 수익화가 가능하고 매출 성장 속도가 빨라질 소프트웨어 기업들이다”, “이제 AI로 매출을 내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그 수혜를 넘겨받는 초입”이라며 소프트웨어 기업을 꼽는 조언도 있었고,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대부분을 위탁 생산할 TSMC를 추천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일부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 등 미국 빅테크 7개 기업인 매그니피센트7(M7)에 집중 투자하는 ‘ACE 미국빅테크 톱7 플러스’, 시장 상황에 맞춰 AI 반도체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TIGER 글로벌AI액티브’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초기에는 기술 우위를 지닌 엔비디아 성장세가 가파르겠지만, 미래에는 AI를 적극 접목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이 유망하다. 산업 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형태가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M7 내에서도 AI 성장 기회에서 승패가 갈리고 있음에 유의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