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던 금융주가 23일 무더기로 최근 1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 16개(우선주 포함)가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저평가 주식 압박 정책은 초반에는 주로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집중됐는데, 일본에서 미리 학습한 외국인 자금이 금융업종을 집중적으로 선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주 중에 가장 높은 상승률(9.3%)을 뽐낸 종목은 메리츠금융지주였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지난 22일 실적 발표회에서 “주가 저평가가 해소될 때까지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이 기폭제가 됐다. 장 초반부터 강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고, 이날 하루 거래량은 200만주에 육박해 평소의 4배가 넘었다. 이날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하나금융지주는 주주 환원 기대감에다 이달 말 예정돼 있는 배당금 목적 매수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강세였다.
‘만년 저평가’로 취급되던 보험주도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이날 KRX보험 지수는 전날보다 2.9% 오른 1970.54를 기록해 전체 업종 중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KRX보험 지수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국내 보험사 10곳으로 구성돼 있다.
보험업계 맏형인 삼성생명이 전날보다 3.8% 오른 9만5600원에 마감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작년 4분기(9~12월) 실적이 호조인 데다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 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이어졌다. 최근 주가 상승에 힘입어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지난달 24위에서 이날 19위까지 올랐다.
이날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주도 일제히 최근 1년래 최고가를 찍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으로 거래가 늘어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