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2일, 일본 기업 시가총액 상위권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주식 가격의 총합인 시가총액은 기업의 최근 실적과 미래의 성장 기대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이날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키엔스, 소니, NTT를 제치고 시총 3위(1위 도요타, 2위 미쓰비시UFJ파이낸셜)에 올랐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7조2523억엔(약 152조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17배로 커졌다. 미국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에 중국 판매 호조, 생성형 AI(인공지능) 관련 수요 확대 등의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도체 장비 매출 세계 4위인 도쿄일렉트론은 올 들어서만 주가가 45% 올랐다. 엔비디아나 빅테크 등에 자금이 몰린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생성형 AI 관련 반도체 장비주로 돈이 유입됐다. 도쿄일렉트론 주가 상승은 닛케이평균 랠리(강세)로 이어졌다.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은 225종목의 가격을 가중평균하는 방식이어서 주가가 비쌀수록 지수 내 영향력이 커진다. 22일 종가가 3만6580엔으로 1주당 가격이 높은 도쿄일렉트론은 전 종목 중 지수 기여도가 가장 높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닛케이평균 상승분의 20%를 도쿄일렉트론이 견인했다.
지난 1963년 설립 후 처음으로 시총 톱3에 진입한 도쿄일렉트론은 지난 2015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합병을 시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반대로 무산됐지만, 당시 가격이나 이익률 등에 철저한 미국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배웠다고 한다.
도쿄일렉트론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2029년까지 향후 5년 동안 1조엔 이상을 설비·연구 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국내외에서 약 1만명의 신규 인력도 채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