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국민연금테크 하고 싶다고 얘기 꺼내길래 말렸어요. 놀고 먹어도 1년에 400만원씩 받는 기초연금이 있는데 뭐하러 하냐고 했어요.”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데 연금 제도도 불리해지지 않겠어요? 국민연금 가입하느니, 그 돈으로 매달 미국 나스닥 지수에 투자하려구요.”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 수가 2년째 내리막이 이어지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임의 가입이란, 주부·학생·군인 등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이 노후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자발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신뢰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한다.
2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 수는 33만997명으로, 전년 말 대비 9.4% 줄었다. 지난 2021년 40만명까지 늘어났던 임의 가입자 수는 이듬해인 2022년에 3만명이 줄었고 2023년에도 10월까지 4만명 넘게 줄었다. 전체 가입자 중 임의 가입자 비중(1.49%)도 계속 낮아져서 2019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작용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임의가입 대상이 되는 18~59세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일을 구해서 사업장 가입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기가 어려워져서 먼 미래에 대비한 노후 준비는 뒷전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이탈 현상에 대해 국가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서 생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기초연금과 건강보험 등 국민연금과 연계된 제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다 보니 가입자 입장에선 불이익을 느껴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인 고령자가 받는 것으로, 올해는 노인 701만명이 받을 예정이다. 단독가구 기준 소득인정액이 월 213만원 이하면 매달 33만4810원(단독가구 기준, 부부는 53만5680원)씩 받는다.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국민연금에 매달 9만원씩, 15년 동안 불입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월 30만1680원인데, 국가가 공짜로 주는 기초연금액은 이보다 더 많다.
현재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의 83%는 여성이다. 경단녀인 40대 황모씨는 “국민연금 없으면 나중에 늙어서 후회한다길래 최소 보험료(9만원)만 내고 가입하려 했는데, 공짜연금 받으려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좋다고 주변에서 다들 말려서 고민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 대상자라고 해도 전액 다 받지 못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0%를 초과하면, 기초연금 수급액을 최대 50% 삭감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은 단독 가구 월 50만2210원으로, 국민연금을 이보다 많이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기초연금 지급 문턱이 완화되면서 대상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 가입 의욕을 꺾는다. 가령 2024년 기준 기초연금을 받기 위한 소득인정액은 월 213만원(단독가구)이다. 소득인정액은 근로·사업소득, 이자·배당·연금소득에 부동산, 부채 등까지 소득으로 환산해서 합산한다(모의 계산은 복지로 사이트에서 가능).
지난 2008년 1월만 해도 기초연금을 받기 위한 소득인정액 기준은 월 40만원이었다. 하지만 2010년 70만원, 2016년 100만원으로 높아지더니 2024년에는 213만원까지 상향 조정됐다<아래표 참고>.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노인 인구의 소득이나 재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득 하위 70%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완화하고 각종 공제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이 계속해서 높아지면 상당 수준의 소득이 있는 노인도 기초연금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부터 고급 자동차 관련 지급 기준이 완화됐다. 배기량 3000cc 이상인 대형 자동차를 보유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피부양자 인정 기준이 강화된 것도 국민연금 이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난 2022년 9월부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연 소득이 2000만원(부동산 있으면 연 1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때 소득은 근로·사업·이자·배당 소득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까지 전부 포함한다. 단 1만원만 넘어도 피부양자에서 탈락되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 또 국민연금은 건보료 산정 시 전체 금액의 50%만 반영되지만, 피부양자 자격을 따질 때는 공적연금 금액 전체가 기준이 된다는 점도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