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얼마나 버셨습니까?”(일본 TBS방송 기자)
“일곱 자릿수 정도 벌었네요.”(투자경력 24년차인 40대 남성)
“(손가락으로 세어보다가)네? 하루에요?”(TBS 기자)
“여덟 자릿수에 가까운 일곱 자릿수네요.”(약 9000만원 벌었다는 의미)
요즘 일본 언론에는 34년 만에 찾아온 불장(주식 강세장)에서 돈을 버는 개인 투자자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이 지난 달 34년 만에 버블 고점을 가볍게 뛰어넘은 이후에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올해만 20% 올라 전세계 증시 1위 상승률을 뽐내는 중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9% 상승했고, 한국 코스피지수는 마이너스(-)다. 일본 증시 상승 배경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1일 도쿄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해 하루 평균 7000억원씩 일본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1일에도 닛케이평균은 장중 2% 오른 3만9951.4엔을 기록하면서 장중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달 22일 버블 시기의 최고점(3만8915엔)을 뛰어넘은 후에도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잠시 숨고르기를 했지만, 이날 2% 급등하며 4만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일본 증권가는 ‘닛케이 4만시대’가 열릴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날 일본 증시에선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 위주로 사상 최고가 뉴스가 쏟아졌다. 시가총액 1위인 대장주 도요타자동차가 이날 장중 1% 넘게 올라 3679엔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썼고, 그외 대다수 시총 상위 종목들이 모조리 상승하며 신고가를 찍었다.
특히 시총 3위인 도쿄일렉트론이 이날 5% 가까이 올라 3만8000엔을 넘어서면서 닛케이 랠리(강세)를 이끌었다. 닛케이평균은 대형주 225종목의 가격을 가중평균하는 방식이어서 거래 단위가 비싼 도쿄일렉트론의 지수 내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날 일본 증시가 상승한 이유는 전날 나스닥지수가 2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9% 오른 1만6091.92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 2021년 11월 19일(1만6057.44)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미국 상무부가 이날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를 발표했는데, 월가 예상치에 부합한 것이 호재였다. 근원 PCE 물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지표인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특히 엔비디아(2%), AMD(9%) 같은 반도체 주식들이 강하게 상승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7% 상승했다. 반도체 업종의 추가 랠리 가능성을 제시한 미국 씨티그룹의 보고서가 호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