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흥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나라는 한국으로 나타났다.
4일 블룸버그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올 1~2월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국에서 외국인이 순매수(매수에서 매도를 뺀 것)한 금액은 104억달러(약 13조8500억원)였다. 이 중 한국에서 순매수한 자금이 77억달러(약 10조2500억원)로 가장 많았고, 대만(51억달러), 인도네시아(14억달러) 순이었다. 인도·베트남·태국 등 3국에선 올해 자금이 유출됐다.
인도는 지난해 아시아 주요 7국 중 가장 많은 외국인 자금(214억달러)이 몰렸었는데,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 자금이 32억달러(약 4조2600억원)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7국 중 자금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인도 증시를 대표하는 센섹스지수가 최근 1년간 20% 넘게 상승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운용사인 야누스 헨더슨은 블룸버그에 “인도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을 일부 빼서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한국 증시로 옮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증시에는 올해 단 두 달 만에 작년 외국인 순매수액(107억달러)의 70%가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증시는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여전히 싼 상태인 데다 정부 정책으로 저평가 요인들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골드만삭스, CLSA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프로그램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스피 전망치를 최대 2960까지 끌어올렸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 주로 자동차·금융 등 만년 저평가였던 종목들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