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일에는 매물이 많이 나와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올해는 배당락일 압박에도 오히려 주가가 상승 마감한 종목들이 속출했어요. 주주들은 배당금에 시세 차익까지 얻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은 셈이죠.”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이달 초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 저평가) 해소 정책과 맞물리면서 올해 금융·자동차 등 배당성장주(株)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외국인들이 주가와 배당이 나란히 오를 기업들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배당락일 충격이 사라진 것도, 외국인들의 폭풍 매수세 때문이란 설명이다.
민 대표는 이화여대 법대 졸업 후 지난 98년부터 자본시장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1세대 펀드 매니저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삼성자산운용의 주식 부문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민 대표는 최근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뚫은 일본 증시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4월 일본 거래소가 시장 체제를 바꾸며 증시 개혁 발동을 건 이후 가장 많이 상승한 상품 중 하나가 노무라의 배당성장 상장지수펀드(ETF)였다”면서 “지난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닛케이평균은 39% 오른 데 반해, 노무라 배당성장ETF는 60% 상승해 격차가 컸다”고 말했다. 일본 거래소는 상장사들에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라고 압박했는데, 현금을 쥐고 있던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면서 배당성장ETF도 날개를 달았다.
배당성장 투자는 이미 배당을 많이 주고 있는 주식(고배당주)보다는 앞으로 배당을 더 많이 줄 예비 후보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배당성장주는 완성된 회사가 아니라, 앞으로 주주 환원책이 확대될 미완성 후보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통계만 갖고선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민 대표는 “배당성장 기업을 고를 때는 정성적인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니저 주관이 들어가는 액티브 상품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삼성액티브운용이 출시한 ‘KoAct배당성장액티브 ETF’는 현재 예상 평균 배당수익률이 4%대이지만 앞으로 배당 인심이 더 후해질 기업 40~50곳을 매니저가 골라 편입한다고 한다.
민 대표는 이어 “선진국에는 국내외 우량 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배당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 많다”면서 “배당소득세가 분리과세되는 일본·대만처럼, 한국도 세금 제도만 뒷받침된다면 노후 생활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