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배당락 눈물이 사라졌네요.”(50대 회사원 이모씨)
지난 2월 28일 현대차 주주들은 종가(24만8000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배당락일(배당을 받을 권리가 소멸되는 날)이어서 당연히 주가가 전날 종가(23만8500원)보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4% 상승 마감했기 때문이다. 배당락일에는 배당 목적으로 들어왔던 매물이 빠지느라 배당금만큼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른바 배당락 쇼크가 사라지면서 지난 달 27일 1억원 어치 현대차 주식을 산 투자자는, 다음 날 배당금(주당 8400원)을 받을 권리에 매매 차익까지 하루 만에 750만원 상당의 이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현대차 주주들만 ‘꿩 먹고 알 먹어’ 웃은 게 아니다. 신한지주, 하나금융, KB금융, JB금융, BNK금융 등 배당 수익률이 6%에 육박하는 은행주들도 일제히 배당락 쇼크를 피하면서 일석이조(배당+차익) 재테크 효과가 나타났다. 주가가 떨어지는 배당락일에 저가 매수를 하겠다며 기다렸던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나오면서 배당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면서 “일본도 지난 2022년 증시 부양책이 나온 이후 배당을 확대한 기업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들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배당금 합계는 16조엔(약 143조3600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이른바 ‘배당락 눈물(배당락일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이 슬퍼하는 것)’이 사라지면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더구나 올해는 정부 제도 개선으로 배당주 투자 가능 기간이 예년보다 더 길어졌다. 예전엔 매년 12월 31일을 기준(배당기준일)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 받을 권리가 생겼는데, 지금은 배당기준일이 12~4월로 회사마다 제각각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고 배당기준일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한 결과다(➡코스피와 코스닥 배당기준일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어요. 조선닷컴에서 클릭해 보세요).
배당 제도가 개선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매수 결정을 내리기가 예전보다 훨씬 유리해졌다. 배당금이 얼마나 나올지 몰라 불안해 하면서 매수하는 ‘깜깜이’ 투자가 아니라, 확정 배당금이 이미 나와 있어서 득실을 따져 보면서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사마다 배당금 권리가 생기는 배당기준일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날짜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3월은 결산 배당을 하는 기업은 물론, 중간 배당을 하는 기업들까지 겹쳐 있어서 여느 때보다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
배당 재테크에 도전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8일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3월 중간·결산 배당 캘린더’를 만들었다. 7일까지 배당금을 공시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배당 받을 권리를 챙기려면, 배당기준일보다 2거래일 전에 사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기아차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고 싶다면 배당기준일이 2024년 3월 20일이므로, 늦어도 18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19일 배당락일에는 주식을 팔아도 배당은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올해 배당락 충격을 전혀 받지 않고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배당락 무풍지대’였던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자. 배당락일에 예상 배당금보다 주가가 더 많이 내리면,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익을 많이 내지 못했으면서 대주주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무리하게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은 장기적인 성장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