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TF란, 주식이나 채권 등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 일반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되어 실시간 거래된다. 몸값이 비싼 ETF이지만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익이 나는 상품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현재 국내 증시에서 거래 중인 황제ETF는 2개다. 원조는 작년 6월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KODEX CD금리액티브’ ETF로, 이날 종가는 102만9445원이다.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되어 수익률이 결정된다. CD금리는 은행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하는 금리인데, 통상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 약간 높다. 12일 기준 91일물 CD금리는 3.67%. ‘KODEX CD금리액티브’는 CD금리 수준의 이자 수익을 일할 계산해서 쌓아준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낸 적이 없어서, 안정성을 원하는 보수적인 자금이 많이 몰린다. ETF 덩치를 의미하는 순자산이 7조7100억원을 넘어 국내 전체 800여 ETF 중 1위다.
삼성운용 측은 하루치 이자를 매일 지급해서 일(日)복리 효과가 있는 데다 ‘100만원 효과’가 겹쳐진 것이 황제ETF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일반적인 ETF는 주당 가격이 1만원이든, 100만원이든, 호가 가격 단위가 5원씩 움직인다(2000원 미만 저가 ETF는 1원)”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 가격이 높을수록 호가 움직임(5원)에 대한 부담이 낮기 때문에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제ETF 2호는 지난 달 미래에셋운용이 출시한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다(12일 종가 100만4120원). 원조인 삼성운용 상품과 수익 구조는 비슷한데, 기초자산인 CD금리 만기가 1년물이라서 더 길다. 12일 기준 순자산은 4500억원. 후발주자여서 아직까진 하루 거래 금액이 삼성운용 상품의 10분의 1 수준이다.
✅100만원 넘는 황제주(株) 실종
현재 한국 증시에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株)는 단 한 종목도 없다. 작년 7월에 2차전지 업체인 에코프로 주가가 150만원이 넘으면서 16년 만에 첫 ‘코스닥 황제주’에 올랐지만 오래 왕좌를 지키진 못했다(12일 주가는 61만5000원).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내 증시에서 황제주는 해당 산업 성장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감이 반영될 때 등장하곤 했다. 가령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의 매출이 폭증하면서 황제주에 올랐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열풍이 불었을 때 단숨에 100만원을 넘었다.
그렇다면 황제ETF는 얼마나 오래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 황제주와 달리, 황제ETF는 CD 금리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안정형 상품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오지 않는 한 롱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 가능성은 낮지만, 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투자자 접근성은 다소 떨어질 순 있겠다.
✅美, 100만원 넘는 ETF는 1개
그런데 ETF 종주국인 미국에도 주당 100만원이 넘는 ETF가 많을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비싼 ETF는 ‘UBS AG FI 인핸스드 대형 성장주’ ETF(티커명 FBGX)가 유일하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종가가 806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05만7000원이다.
미국은 ETF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투자 접근성이 떨어지면 액면분할(기존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낮춰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한국은 불가능). 가령 미국 유수 반도체 기업 30곳에 투자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iShares 반도체’ ETF(티커명 SOXX)의 경우, 이달 초 3대1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지난 6일만 해도 ‘iShares 반도체’ 종가는 약 690달러 정도였는데, 액면분할이 되면서 현재 주가는 225달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