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재테크 정보는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 4인 가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혼·비혼·이혼·사별 등 우리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증가하고 있는 독신자들에겐 정보의 활용도가 낮다. 최범규 골든트리투자자문 FA운영본부장은 “독신은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재무 목표가 일반 가정과 다르기 때문에 재테크 전략도 달라야 한다”면서 “일반 가정은 예비 비상 자금으로 월 소득의 3~6배 정도가 적당하지만 독신은 월 소득의 7~12배까지 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독신자는 부모의 생활비나 간병자금 등을 다른 형제보다 더 많이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두고 독신자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독신자들이 마주하게 될 4가지 인생 위험과 해결법을 알아봤다.
1️⃣국민연금은 65세에 정상 수령
국민연금은 오래 살수록 이득이 커진다. 정상 수급 연령은 65세(1969년 이후 출생부터)인데 개인 선택에 따라 5년 앞당겨 60세부터 받거나 5년 미뤄서 70세부터 받을 수 있다. 일찍 당겨 받으면 연금액은 최대 30% 깎이고, 늦게 받으면 최대 36% 늘어난다.
독신자는 언제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 좋을까? 월급이 끊긴 소득 공백기에 살아 남기 위해 조기연금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연금액을 늘리기 위해 연기연금을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65세가 되었을 때 정상연금을 수령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연기연금의 손익분기점은 87세다(아래 표 참고). 연기연금 수급자는 87세보다 더 오래 살아야 누적 연금액이 정상연금보다 많아져서 이득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리 수명이 길어진다고 해도 통계를 보면 87세 이후까지 살긴 쉽지 않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남성 18.6년, 여성은 22.8년이다.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아서 일부러 늦게 받았는데,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친 선택이 됐다면 억울하다.
국민연금은 수급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유족연금(기본연금의 40~60%)이 지급된다. 국민연금법에서 말하는 유족 범위는 배우자, 25세 미만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다. 이혼·사별 독신자라면 자녀가 있으니 괜찮지만, 미혼·비혼 독신자라면 유족연금이 지급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낮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종신보험은 구조조정 1순위
“당연히 결혼할 줄 알고 입사하자마자 종신보험에 가입했는데, 40대 후반인 지금도 독신입니다. 종신보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40대 회사원 이모씨)
사망하면 제법 큰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은 유가족을 위해 가장이 가입하는 상품이다. 만약 결혼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라면, 보험으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를 쓴 이천 작가는 “죽어야 보험금이 나오는 데다가 보험료까지 비싼 종신보험은 불필요하다”면서 “암이나 성인병을 보장하는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비 보험 정도만 가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의 주계약이나 특약에 있는 암·성인병 진단금은 간병비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보험료가 더 비싸져도 진단금은 배우자가 간병을 책임져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부부 가족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것이 좋다고 이천 작가는 조언했다.
독신자에겐 종신보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이미 가입 중인 상품을 해약해선 손해다. 보험은 만기 전에 해약하면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오래 전에 가입한 종신보험 중엔 가입자에게 조건이 좋은 특약이 장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해지 환급율이 높은 시점에 연금보험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3️⃣혼자 살려면 꼭 필요한 마이홈
“고독사라도 할까봐 걱정되어서 거절했어요.” “수입이 작은데 월세 안 낼까봐 꺼려져요.”
우리보다 앞서 ‘솔로대국’이 된 일본에는 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고령자라는 의미로 ‘표류노인(漂流老人)’이라는 말이 있다. 집주인들이 무주택 독거노인을 세입자로 받기 꺼려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이타쿠라미야코(板倉京) 시니어머니 컨설턴트는 “남에게 눈치 보지 않으면서 평생 살 수 있는 집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안식처”라며 “나이 들어 이사를 다니는 것도 쉽지 않으며, 집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를 쓴 고득성 회계사는 “독신이라도 집이 있어야 주거 걱정 없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다”면서 “매수할 때는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해 적절한 규모의 주택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집주인이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잡고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공시가격 12억원은 시세로는 약 17억원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독신자라도 집은 꼭 필요한데, 자산 가치 상승을 원한다면 기혼자들을 고려해 역지사지 관점에서 골라야 한다”면서 “내가 오래 살아서 익숙한 곳보다는 남들이 좋아하는 동네를 골라야 투자 관점에선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4️⃣간병퇴직은 NO... 상속 기여분 고려
“우리는 애들도 돌봐야 하는데, 독신은 시간도, 돈도 많잖아.”
부모가 거동이 불편해져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독신자는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아직까지 ‘부모 간병은 자식 책임’이라는 전제 하에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무언의 압력이 이어지면서 결국 독신자가 부모 간병의 부담을 홀로 떠맡게 된다.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에선 부모 간병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간병 퇴직자’들이 매년 10만명이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부모의 병 간호는 자식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이지만, 독신자 역시 스스로의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 부모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훗날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더구나 부모 간병은 자녀 돌봄과 달리 언제 끝날 것인지 기한을 알 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힘들어진다.
고득성 회계사는 “부모 간병의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경우엔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가족끼리 사전에 협의해야 상속 시점에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간병 부담을 독신 자녀가 나홀로 짊어지게 됐다면, 상속재산 분할시 기여분으로 인정받기 위한 자료를 꼼꼼히 모아두고 서류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부모 간병에 대한 기여분이 법적으로 잘 인정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대 변화에 따라 많이 인정되는 추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