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가 있어서 건강만 허락한다면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근력 운동은 매일 합니다.”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최대한 은퇴는 미루고 싶어요.”

최근 한 예비 은퇴자 커뮤니티에선 ‘언제까지 일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70세 이상 고용률(해당 연령대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발단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만 70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수는 155만명으로, 고용률은 24.5%에 달했다.⇒더 자세한 뉴스는 조선닷컴에서 여기(70대 이상 4명 중 1명은 “일했다”...1월 기준 역대 최대)를 클릭하세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신체가 건강하면서 근로 의욕이 강한 70대가 늘어나고 있다.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생활비를 벌고자 하는 노인들도 증가 추세다. 의료 기술 발달로 기대 수명이 늘어났는데, 연금 준비가 넉넉치 않아서 일터로 향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70代 4명 중 1명은 취업자

일하는 70대의 삶은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은준생(은퇴준비생)들도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게 되는 뉴스다.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라서 가난해진 느낌이 든다”는 하소연이 이어지는 인플레 시대이다 보니, 퇴직 이후 소비만 하게 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70대는 연금으로 얼마나 받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70대 인구는 약 400만명인데, 그 중 절반이 국민연금 수급자다. 2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70대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41만원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월 50만원이었고, 여성은 3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난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5.1%, 3.6%씩 올랐기 때문에 올해 받고 있는 금액은 월 평균 44만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금액, 日 128만원 vs 韓 41만원

그렇다면 여러 경제 현상이 한국보다 앞서 나타나는 일본의 70대는 상황이 어떨까. 24일 후생노동성연금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일본 70대 고령자들의 연금(후생연금+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14만3973엔(약 128만원)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연금액은 각각 16만3875엔, 10만4878엔으로 격차가 컸다.

물론 한일(韓日) 은퇴자들의 연금액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가입자들이 내는 연금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보험료율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이란, 월 소득에서 보험료로 떼어 가는 비율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던 지난 1988년부터 1992년까지는 보험료율이 3%(사업장 가입자 기준)였고, 1993~1997년 6%, 그리고 1998년부터 지금까진 9%로 유지되고 있다. 월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인은 현재 보험료율(9%) 적용시 매달 27만원(가입자 13만5000원, 회사 13만5000원)씩 내고 있다. 월 상한액은 53만1000원(가입자와 회사가 반반)으로, 억대 연봉자의 경우엔 건강보험료보다 국민연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04년 고이즈미(小泉) 당시 총리가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며 연금 개혁에 성공했다. 연금 개혁 이전 13.58%였던 보험료율은 매년 올라서 현재 수준인 18.3%까지 높아졌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인 ‘리쿠르트웍스연구소’의 사카모토타카시(坂本貴志) 연구원은 “연금 개혁 이전만 해도 은퇴자들은 연금을 일찍 그리고 많이 받아서 노후 생활에 큰 걱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연금 개혁으로 정상 수급 나이가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고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되기 때문에 정년이 지났어도 노동 시장에 남아 일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7년째 묶여 있는 韓 보험료율

한국 국민연금의 보험료율(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요율(18.3%)의 절반도 안 되는 상태로 27년째 묶여 있다. 다른 나라들은 소득대체율(한국은 42%, 이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 40%)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들이 보험료를 훨씬 더 많이 내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은 5년 전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진 상황이다. 2078년에는 번 돈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기금 고갈 압박으로 연금 개혁이 시급해진 가운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 혹은 13%로 높이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최종 연금개혁안은 다음 달 500명으로 구성된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와 추가 논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경제적인 노후 준비가 궁금하시면 조선일보 공식 경제 유튜브 채널인 ‘조선일보 머니’에서 확인해 보세요. 조선닷컴에선 여기를 클릭하시고,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서는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OCnpYDO1qT8&t=188s)를 복사해서 접속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