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경남은행에서 연 5.3% 금리로 6000만원의 신용 대출을 쓰고 있었다. 1년 이자만 318만원. 그는 최근 카카오페이 앱에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조회한 결과, 신한은행으로 옮기면 금리를 연 4.57%로 낮출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곧장 5분쯤 만에 대출 갈아타기에 성공했고, 연간 43만8000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됐다. A씨는 “번거롭게 은행에 갈 필요 없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대환 여부를 조회할 수 있고, 실제 대환 과정도 간편했다”며 “주변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보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시작된 온라인·원스톱 대환 대출(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 대한 호응이 뜨겁다. 몇 분만 손품을 팔면 주택 담보 대출과 전세 대출, 신용 대출 이자를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간 금리 경쟁도 거세졌기 때문에 저금리로 갈아탈 가능성도 커졌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5월 3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300일간 누적 16만6580명의 국민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해 총 7조4331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 대출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54%포인트의 금리가 낮아졌고, 연간 153만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는 앞으로 더욱 많은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환 대출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아파트 잔금 대출도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서비스 대상과 이용 시간이 크게 확대된다.
◇잔금 대출, 오피스텔·빌라 담보 대출도 갈아타기 가능
금융위는 26일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관련 참여 기관 및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한 뒤 대환 대출 인프라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오는 4월부터는 대출자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이뤄지고, 기존 대출 금융사의 근저당권 설정이 완료된 아파트 잔금 대출도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9월부터는 KB 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 등 실시간 시세 조회가 가능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와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도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 대상에 포함된다.
◇전세 대출·신용 대출은 서비스 이용 기간·시간 확대
오는 6월부터는 전세 대출 갈아타기 기간도 늘어난다. 현재는 전세 임대차 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전까지만 대출 갈아타기 신청이 가능한데, 하반기부턴 전세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6개월 전까지로 갈아타기 기간이 확대된다.
예컨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는 임대차 기간 종료 1년 전까지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만 신청하면 된다.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는 것이다.
오는 6월부터는 신용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저녁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현 서비스 이용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주요 대출 비교 플랫폼은 서비스 이용 시간을 오후 10시로 확대할 경우 기존 9시~오후 4시 이용자의 약 45%에 해당하는 이용자가 추가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가만 있으면 손해” 대세된 대출 갈아타기
정부가 구축한 대환 대출 인프라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5월 세계 최초로 신용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한 것을 비롯해 올 1월 아파트 주택 담보 대출, 전세 대출로 점차 서비스를 확대해 가며 고금리 시기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신용 대출의 경우 지금까지 총 14만4320명이 3조3851억원 규모의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옮겼다. 금리 인하 폭은 평균 1.58%포인트, 1인당 연간 이자 절감액은 58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는 지난 1월 9일 시행해 총 1만6909명의 대출자가 3조1274억원의 대출을 저금리로 옮겼다. 그 결과 평균 1.52%포인트 금리를 낮췄고, 1인당 연간 이자 절감액은 281만원에 달했다. 1월 31일 시행한 전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지금까지 5351명이 9206억원의 대출을 이동, 평균 약 1.37%포인트의 금리를 낮췄다. 이자 절감액은 1인당 연간 236만원으로 집계됐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 당국의 정책적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이자 부담 절감이라는 목표를 위해 금융권 등 참여 기관이 다 같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며 “예정된 개선 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돼 더 많은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