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셌던 KT&G, JB금융 등의 주주총회가 28일 열렸다. 이날 행동주의 펀드들은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가치 제고를 주장하며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펀드를 가리킨다.

이날 KT&G 주총에선 새 대표이사 사장에 방경만(53) 후보가 최종 선임됐다. 앞서 방 후보의 사장 선임에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이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이날 방 후보는 가장 많은 표(8409만7688표)를 받아 사장이 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방 후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FCP도 성과가 없진 않았다. FCP와 기업은행이 함께 사외이사로 제안한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가 두 번째로 높은 득표수(5660만3958표)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 진영 인사들이 한 이사회에서 공생하게 됐다. 이날 집중투표제가 적용돼 주주들은 주당 2표를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었다.

이날 열린 JB금융 주총에서 JB금융과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표 대결에서도 양쪽 다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2대 주주인 얼라인이 제시한 ‘비상임이사를 2인으로 증원하는 건’은 부결됐지만, 얼라인이 제안한 후보 중 김기석·이희승 후보가 득표수 1·2위로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집중투표제’로 주주들이 주당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받은 후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라인 측은 “김기석 사외이사의 선임은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로 선임된 첫 사례”라며 “집중투표제의 중요성과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올해 주총 시즌에 행동주의 펀드는 정부의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거센 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제안을 한 기업은 34곳이다. 2022년(28곳)보다는 늘었지만, 지난해(44곳)보다는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