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고차 가치를 가장 잘 방어하는 차량 모델은 무엇일까? 11일 보험개발원이 국산 차량 모델 52개의 2019년 신차가액과 2024년 차량가액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신차 가격 대비 잔존 가치가 높은 ‘가격 방어 우등생’은 모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였다.

차량가액은 현재 시점에서의 자동차 가치를 의미하는데, 자동차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된다. 보험요율 산정 전문기관인 보험개발원이 3개월마다 발표한다. 보수적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수요·공급에 예민한 중고차 시장의 실제 거래 가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격 방어 뛰어난 우등생 SUV

5년 동안 가치가 덜 떨어져서 가격 방어력이 좋았던 차량 모델 2~3위는 각각 현대 싼타페와 현대 코나였다. 1위는 대형 SUV인 현대 팰리세이드<사진>였다. 이 SUV 3총사는 차량 가격의 잔존 가치가 51~55%로, 모두 50% 이상이었다. 잔존 가치가 42~4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열등생들과 비교하면 격차가 컸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SUV는 실용성이 좋고 판매 시점에 이벤트성 할인이 거의 없는 데다 수요가 꾸준해서 감가(減價)가 덜하다”면서 “내부 공간이 넓어 가족들이 편안하게 탈 수 있고, 운전석이 높아서 시야가 좋기 때문에 여성 운전자 선호도도 높다”고 말했다. 차는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 때문에 SUV 중에서도 팰리세이드 인기가 가장 높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만약 차량 모델별 잔존 가치를 세부 모델들의 평균값이 아니라, 280개로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기아 K5의 더 뉴 K5 1.6 터보가 잔존율 56%로 1위였다. 2~4위는 현대 싼타페(R2.0→R2.2→2.0T), 5~8위는 현대 팰리세이드(3.8 2WD→2.2 2WD→3.8 4WD→2.2 4WD), 9위는 기아 RAY(THE NEW RAY 1.0 LPi), 10위는 현대 아반떼(더뉴아반떼AD 스마트스트림 G1.6) 순이었다.

✅수입차 원탑은 포르셰 카이엔

수입차 444개 모델 중에서는 포르셰 카이엔의 ‘The New Cayenne’이 잔존율 48%로 1위를 기록했다. 2~4위는 BMW 620d xDrive GT, 520i, 620d GT 순이었고, 재규어 F-Type P300이 잔존율 46.8%로 5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혼다 Civic 2.0, 도요타 렉서스NX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대표 주자인 테슬라는 상위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고, 잔존율 40.5%로 중간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수입차 평균 잔존율 범위는 최소 36.5%에서 최대 48%까지 퍼져 있었는데, 국산차 잔존율(41~56%)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차량가액 산정 기준이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잔존율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