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환율에 대해 우려하고 계신데요. 우리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외환보유고나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변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7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선 날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7일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조 위원은 “(환율 변동의) 가장 큰 원인은 달러화 강세로 봐야한다”며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가 크게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한 영향이 있는데, 우리가 오일(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원화가) 약화된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재 연 3.5% 수준의 기준금리가 환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2% 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이론적으로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미 금리차가 벌어질 때마다 자금 유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조 위원은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현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위원은 “금리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최근 수개월간 내외 금리차가 변하지 않았지만 환율 수준이 변화한 것을 보면 다른 요인에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환율이야말로 아직 우리 경제학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고도 꼬집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오는 20일 조 위원의 퇴임을 앞두고 열렸다. 조 위원은 지난 2020년 4월 21일 한은 금통위원으로 취임했다.
조 위원은 이날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해선 “통화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큰 사이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