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금 해외 송금 등 3대 악재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6일 장중 1400원 선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등 세 차례뿐이었을 정도로 이례적 현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389.9원으로 개장한 뒤 오전 한때 1400.24원까지 올랐다.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17개월 만에 1400원 선을 넘은 것이다. 환율은 오후 들어 상승 폭이 줄어들며 전날보다 10.5원 오른 139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급등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2022년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고환율(원화 약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유로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6선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154엔을 넘어서며 34년 만에 최고치(엔화 가치 약세)를 기록했다. 미국 경기 호조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4월은 외국인이 3월 주주총회에서 받은 배당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시기여서 달러 강세가 자주 나타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1조원을 비롯해 총 9조원이 이번 달에 외국인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