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에 들어선 것 아닌가요? 2007년처럼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길 기대합니다.”
18일 한국 증시에서 조선주(株) 투자자들이 활짝 웃었다. 반도체·전기차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조선업에 옮겨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기폭제가 됐다.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은 조선·해양·물류 부문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미철강노조(USW) 등 5개 노조가 중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조 바이든 정부에 청원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 날아든 호재에 이날 국내 증시에선 조선업 관련 업종들의 주가가 훨훨 날았다. 미국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면, 한국 조선사들은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이날 한국 조선 빅3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장중 12% 넘게 오르면서 52주 최고가(9710원)를 찍었다. 하루 거래량이 3800만주를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하루 종일 폭풍 매수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이 이날 하루에만 1084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코스피 기준 외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817억원)보다 더 많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외인 순매수 금액 1084억원은 지난 1994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날 삼성중공업 종가는 전날 대비 9.8% 상승한 9540원이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15% 가까이 오른 3만33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시가총액 10조원대를 회복했다. 한화오션 시가총액이 10조원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8월 2조원대 유상 증자 발표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HD현대중공업 역시 이날 하루 8% 상승해 12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 대비 6.3% 오른 11만9400원, HD현대미포는 9.8% 상승한 6만4900원에 마감했다.
중소형 조선주도 신바람이 난 하루였다. 세진중공업이 장중 744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찍었고, STX중공업도 장중 1만4400원까지 급등했다. 현대힘스(7.5%), 성광벤드(6.9%), 한국카본(6%), 동성화인텍(5.4%) 등 조선 기자재 관련주도 많이 올랐다.
조선업 관련 종목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SOL 조선TOP3플러스 ETF는 이날 장중 11% 올라 출시 이후 최고가(1만410원)를 기록했고(종가는 1만230원), HANARO Fn조선해운 ETF 역시 7% 가까이 오른 1만675원에 마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조선일보 경제부 공식 유튜브 채널인 ‘조선일보 머니’에 출연한 자리에서 “바이오·조선 업종은 미국과 중국(G2) 분쟁 속에서 반사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이외의 업종도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바이오·조선은 그 동안 중국이 전 세계 수출에서 상위권에 자리 잡은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