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 거래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 증가로 금값이 급등하면서 ‘금테크’를 하려는 이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4월 1~19일 국내 금 시장의 하루 평균 금 거래대금은 169억1000만원이다. 이는 KRX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68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2.4배 가량 많다. 4월 하루 평균 금 거래량은 16만895g으로 3월(7만4137g)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서울 한 귀금속 판매점에 골드바 사진이 붙여져 있다./연합뉴스

최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점 등이 최근 금 수요를 부추기고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6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2406.75달러로 3월말(2254.80달러)보다 7% 가량 상승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은 경제 불확실성이나 인플레이션, 통화 정책에 따른 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금의 가치는 전체 금의 양은 한정적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금의 총량은 24만4000t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18만7000t가량이 채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디지털 버전의 금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도 금처럼 ‘희소성’이 있다는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금값이 오르면서 금융기관에서 ‘금테크’를 하려는 이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6232억원으로 작년 말(5177억원)보다 20% 가량 늘었다.

골드뱅킹은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 0.01g씩 금을 사서 담는 것이다. 금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가 1%씩 나가고,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붙는다. 실물 금인 골드바를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팔린 골드바는 6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66억2000만원), 3월(86억원)보다 하루 평균 판매액이 늘고 있다.

금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동 정세가 당분간 불안한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등 금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은 매력적인 자산”이라며 “빈번해진 전쟁과 현재 진행형인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 동맹들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의 국채 발행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 국채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야기한다. 외국인들의 미국채 보유 비중과 글로벌 외환 보유고 내 금 비중의 디커플링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