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27)씨는 올 초 청년희망적금 만기로 들어온 목돈 1300만원을 최근 월 배당 ETF(상장지수펀드)’에 넣기로 했다. 월 배당 ETF는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나오는 배당금, 이자 등을 모아 월별로 나눠주는 상품이다. 박씨는 “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낮은데, 미국 S&P500에 투자하는 월 배당 ETF는 연평균 수익률이 8~10% 정도”라며 “매달 들어온 배당금은 운동하는 데 보탤 예정인데 배당금으로 공짜 취미 생활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최근 20대 사회 초년생부터 50대 예비 퇴직자까지 ‘월(月) 배당’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뜨고 있다. 2030세대는 물가상승률 대비 낮은 임금상승률, 변동성 높은 주식시장 등을 피해 배당 상품에 관심을 갖는다. 예비 은퇴자들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부동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노후 준비를 부동산 월세 수익에서 주식 배당금으로 바꾸고 있다.
◇월 배당 ETF, 7조로 불어나
배당생활족(族) 시대가 열린 건 우선 투자 가능한 배당 상품군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월 배당 ETF는 56개다. 2022년 말 19개에서 계속해 늘고 있다. 미 다우 지수 등 시장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기본적인 형태 외에도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고, 커버드콜(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그 주식의 ‘콜옵션’을 파는 투자 방식) 전략을 사용하거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ETF 등 다양하다. 월 배당 ETF 시장 규모도 순자산 기준 2022년 말 1조2000억원에서 지난 23일 6조91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월 배당 ETF의 1년 수익률은 10~25%쯤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ETF 상품의 배당 방식을 월 단위로 변경하거나 월 중순 배당 등 새로운 주기의 배당 ETF를 출시하고 있다.
◇월 배당금으로 노후 자금 마련
월 배당 ETF는 노후 자금 마련 방법도 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평균 20년간 돈을 넣으면 한 달 수령액은 100만원 남짓이다. 이 돈만으로는 부부 노후 생활에 부족해 50대 퇴직 예정자들은 그동안 상가, 오피스텔 등에 투자해 월세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게 주된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엔 그 자리를 ‘주식 배당’이 차지하고 있다. 고금리로 부동산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허혁재 미래에셋증권 부동산 수석위원은 “요즘은 상가에 투자하겠다는 고객들이 거의 없다”며 “기준 금리가 연 3.5%이고 발행 어음에만 넣더라도 연 3% 중반대 수익이 나온다. 그런데 상가 투자는 3%대, 오피스텔은 4%대 연 수익률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 시세 차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배당이 많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자도 늘고 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미국 주식은 워낙 다양하게 배당을 나눠주기 때문에 구조만 잘 짜면 월 배당뿐 아니라 주급을 받는 것처럼 짤 수도 있다”며 “일부 50대 조기 은퇴자들은 퇴직금까지 합해 10억원을 투자하기도 한다”고 했다. 미국 배당주에 10억원쯤 투자하면 예상 월 수익은 300만원대다.
◇‘숨은 함정’에 주의해야
그러나 월 배당 ETF에도 ‘숨은 함정’은 있다. 매달 배당금이 나오지만 주식, 채권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 배당금을 주지 않는 ‘배당컷’ 가능성도 있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월 배당 ETF는 최근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진다는 전망에 10%대 손실을 보고 있다.
또 연 2000만원이 넘는 배당 등 금융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매달 167만원씩 배당받을 경우 건강보험료 피부양자에서도 탈락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월 배당 상품 투자는 매매 차익과 배당금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연금계좌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월 배당 ETF(상장지수 펀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나오는 배당금, 이자 등을 모아 월 단위로 분배하는 ETF다. 미국 다우 지수 등 시장 대표 지수에 투자하거나 고배당 기업 투자, 커버드콜 전략 사용,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