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해도 은행 예금으론 부자 되긴 힘들 것 같은데...”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 부자가 되고 싶지만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왕초보라도 쉽게 자산을 불릴 수 있는 투자법은 없을까? 일본 재테크책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큰손 투자자인 버핏타로(バフェット太郎)의 대답은 이렇다.
“20년 넘게 매년 증배(増配)하는 미국의 고배당 우량주를 8~10개 골라 투자하고, 매년 들어오는 배당을 꾸준히 재투자하면 복리 효과로 원금이 저절로 불어난다.”
버핏타로는 “평범한 투자법처럼 들릴 지도 모르지만 내 자신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터득한 부자되는 지름길”이라며 “20대부터 이 방식으로 돈을 굴려 41세인 현재 6억엔(약 53억원)의 자산가가 됐다”고 말했다.
버핏타로는 일본 잡지 닛케이머니가 지난 2017년 주식 달인 30명의 실전 비법을 담은 책(일본 주식시장의 승부사들)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 2019년 펴낸 <미국 배당주 투자>는 지금까지 20만부 넘게 팔려 재테크 책으로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한국엔 2020년 번역 출간). 1일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18년 경력 투자 전문가인 버핏타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떻게 6억엔의 자산을 모았나.
“돈이 돈을 낳는 나만의 ‘머니머신’을 만들었다.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 맥도날드 같은 미국의 초대형 고배당주 10개 종목에 10% 비중으로 나눠 골고루 투자했다<아래표 참고>. 그리고 배당금이 나오면 인출해서 쓰는 게 아니라, 다시 머니머신에 재투자했다. 이렇게 배당금으로 사는 주식은 공짜로 얻은 것이나 다름 없어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다. 주가가 폭락해서 반토막이 나도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니까.”
–왜 미국주(株)로만 운용하나.
“일본 증시는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10%도 차지하지 못하는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미국 주식 시장은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 주식을 중심축으로 투자하는 건, 투자자로서 당연한 일이 아닌가. 미국에는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 우위성이 있으면서, 영업 이익률도 높은 종목들이 발에 채일 만큼 흔하다. 30년 이상 연속 증배(增配, 배당금을 매년 늘리는 것)한 기업도 미국은 100개 이상인데 일본은 딱 1개(카오·花王) 뿐이다.”
–일본 증시엔 투자하지 않는가.
“일본 주식은 현재 보유하지 않고 있다. 미래가 유망하다는 일본 성장주를 사서 집중 투자해 본 적은 있지만, 쓴맛만 봤다. 인내심 테스트 하듯 오래 버텨 수익은 냈는데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최근 일본 증시가 강세인데 순전히 엔저 덕분이라고 본다. 일본은행 통화정책이 교착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이 미국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는 보이지 않는다.”
✅배당 재투자 수익률 격차 24배
–한국에선 미국 지수 ETF 투자가 인기다.
“투자의 신(神)이라는 워런 버핏도 일반인들에겐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들로 구성된 S&P500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권한다. 다만 S&P500 ETF도 완벽한 금융상품은 아니다. 시가총액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총이 큰 빅테크 종목들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S&P500 ETF 적립식 투자는 결국 고평가주를 비교적 많이 산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머니머신을 만들게 된 건가.
“애초에 단점이 하나도 없는 금융상품은 없다. 내가 디자인한 머니머신은 미국에 있는 초대형 고배당주 중에 25년 이상 연속해서 배당을 늘리고 있는 1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배당금을 받으면 포트폴리오 내 최저 비율 종목(저평가 종목)에 계속 재투자한다. 약세장일 때 배당금을 투입하면 주식 수를 더 많이 늘릴 수 있고, 싼값에 확보한 주식은 강세장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초보자도 쉽게 만들고 굴릴 수 있나.
“머니머신 포트폴리오는 투자자의 지식이나 리스크 허용도에 따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나는 상당히 방어적인 종목들로 구성했다. 모든 종목은 동일 비율로 분산 투자해서 전체 균형을 유지한다. 아무리 저평가되어 매력적으로 보이는 주식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사들이지 않았다.”
–너무 쉬운데 진짜 부자되는 지름길 맞나.
“다이어트를 떠올려 보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살을 뺄 수 있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투자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머니머신 제작법은 쉽고 간단해서 누구나 좋다고 도전은 하지만, 대부분 참지 못하고 중간에 황금알 낳는 거위배를 갈라 버린다.”
–어쨌든 배당 재투자가 핵심 같다.
”장기 성과를 보면, 배당금을 재투자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벌어진다. 일반인들은 배당금을 받으면 용돈처럼 써버리거나 약세장이 오면 사겠다고 기다리는데 자칫 기회 손실이 될 수 있다. 나는 월말마다 반드시 배당금을 재투자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원칙에 따라 엑손모빌(XOM)을 매달 꾸준히 매입했고 나중에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물론 당시 투매한 사람들이 더 많긴 했다. <투자의 미래>를 쓴 제러미 시겔 박사에 따르면, 1871년 미국 주식에 1000달러를 투자한 경우, 122년 동안 배당금 재투자 유무에 따른 최종 자산 차이는 24배에 달했다.”
–어떤 배당주를 골라야 좋은가.
“사람들이 몰려가는 종목이 아니라, ‘에계, 평범하잖아...’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수수하고 고리타분한 종목들을 후보군에 올려야 한다. 2000년 닷컴 버블이나 2008년 금융 위기에서도 배당을 늘렸던 20년 이상 연속 증배 주식인지도 봐야 한다. 연속 증배 실적이 20년 미만이라도 사업 경쟁력이 높아 안정적인 배당이 가능한 종목이라면 괜찮다.”
–목표 수익률은 얼마로 잡을까.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 수익률 기준 6~7%이 적당하다. 6~7%는 과거 200년 동안의 시장 평균 수익률이자,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는 연평균 수익률이다. 매달 50만원씩 35년간 적립하면서 연 7%로 굴리면 9억원 상당의 돈이 모인다. 종목 수도 많을 필요가 없고 8~16 종목이 적당하다. 한 종목에 올인하면 리스크가 너무 커지고, 종목 수를 늘려야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종목 수가 20개를 넘으면 리스크 감소 효과는 무시해도 될 만큼 작아진다.”
–자산 6억엔은 전부 금융자산인가.
“나고야에 살고 있는데 회사 다닐 때부터 거주했던 월세 맨션에 아직 살고 있다. 부동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나중에는 살 지도 모른다. 투자 정보를 매일 note(일본 콘텐츠 플랫폼)에서 발신하고 있는데, 독자 수가 4000명(월 980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