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어갈 데도 많은 가정의 달에 종합소득세라니 날벼락이네요.”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작되면서 “예상치 못한 세금 납부 안내를 받았다”는 납세자들이 많아졌다. 종소세는 사업·근로·이자·배당·연금·임대 등 개인이 번 모든 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세율 6.6~49.5%)이다. 주로 자영업자들이 직전 연도에 번 사업소득에 대해 내지만, 직장인 중에도 임대소득이나 강연소득, 연간 2000만원이 넘는 이자·배당 소득 등이 있다면 종소세를 내야 한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종소세 확정신고 인원은 1028만명으로, 4년 전보다 49% 증가했다. 지난해 종소세 대상자라고 국세청이 안내한 1173만명 중 88%가 세금을 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나 역대 최대를 경신할 전망이다.
국세청은 올해 종소세 안내를 1년 전보다 82만명 많은 1255만명에게 보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금리로 금융소득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국세청 홈택스 PC 홈페이지는 종소세 내역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루 종일 접속이 지연됐다. 이날 오후에는 접속 대기자 수가 4000명에 육박하는 등 유명 가수의 콘서트 표 예매일을 방불케 했다.
◇고금리 상품이 세금 부메랑으로
세무업계는 올해 종소세 대상자가 늘어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2022년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전후로 연 6~7% 고금리 상품들이 쏟아졌고, 이들 상품의 만기가 지난해 하반기에 속속 돌아오면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금,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가입해 이자·배당소득을 연 2000만원(세전) 넘게 수령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어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이점옥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세무사)은 “다른 소득 없이 금융소득만 있으면 8100만원까진 원천징수(세율 15.4%)된 세금 외에 더 낼 세금이 없다”면서 “하지만 다른 소득이 있으면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세율이 최고 49.5%까지 높아진다”고 말했다.
둘째, 베이비붐 세대 퇴직과 청년 실업이 맞물리면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고물가 시대에 월급이 끊긴 퇴직자들은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또 청년들은 좁아진 취업문을 뚫지 못해 사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개인 사업자는 물론,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 종사자도 모두 종소세 신고 대상이다.
셋째, 국세청의 과세 시스템이 인공지능(AI) 뺨치게 정교해지면서 세원이 양성화됐다. 생전 처음 국세청 문자를 받았다는 50대 이모씨는 “작년부터 주택 월세를 10만원씩 받고 있는데, 임대소득 신고를 하라는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의 모든 소득을 국세청에서 파악해서 세금까지 계산해주는 ‘모두채움’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아무래도 국세청 통지를 받으면 세금 신고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11년째 고정된 기준… 간접 증세 불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명목임금이 올랐지만 과세 기준은 11년째 고정되어 있어 대상자가 구조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은 지난 2013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졌는데, 소비자물가는 그때부터 23% 상승했다.
납세자들은 종합소득세 신고 이후 찾아올 불청객 때문에 더 예민해진다. 소득의 약 8%를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 때문이다. 가령 은퇴자가 1년에 이자·배당소득으로 2000만원을 넘게 받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보험료 면제 대상)에서 탈락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집이라도 있으면 건보료가 월 20만~30만원은 훌쩍 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하다. 연말정산 부양가족(연소득 100만원)에서도 빠져서 각종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손해는 더 커진다.
직장인도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소세 신고를 하고,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과세표준 1억원인 김 부장이 작년 예금 이자로 3000만원을 받았다면 종소세 신고로 더 내야 할 세금은 231만원이고, 건보료는 연 80만원 정도다.
☞종합소득세
매년 5월 사업·이자·배당·연금·임대 등 개인이 1년간 번 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 소득에 따라 세율은 차등 적용(6.6~49.5%)된다. 금융소득은 2000만원 이하면 원천징수(15.4%)로 과세가 종결되지만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