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부유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는 것, 주식 투자를 하는 것.”

주식의 신으로 불린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입니다. 1906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유학 갔던 프랑스 파리에서 증권 투자를 시작한 후, 일생을 돈과 투자, 음악에 심취해 살았던 인물입니다. 투자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삶의 신조는 “인생을 즐기자!” 이 신조에 맞게 그는 전 세계 10개 도시에 집을 두고 투자로 돈을 벌며 인생을 즐긴 후 93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최근 저는 경제부로 인사가 났습니다. 돈 없이 예술을 탄생시킬 수는 있어도, 문화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 힙해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시작합니다.

지난해 서울랜드 월디페에 참석한 관객 /월디페

지난달 20일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역 2번 출구. 서울랜드로 향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유모차를 끌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온 나들이 입장객, 그리고 EDM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축제 관객입니다. 나들이객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치마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편안한 복장입니다. 그러나 페스티벌 관람객들은 배꼽이 보이는 크롭티에 핫팬츠, 그 위를 그물망 같은 시스루 가디건으로 덮었습니다.

◇‘EDM의 성지’로 변신한 서울랜드

이들이 보러 온 페스티벌은 EDM 본고장인 네덜란드에서 온 가장 힙한 페스티벌 ‘2024 Don’t Let Daddy Know(이하 2024 DLDK Korea)’입니다. 오후부터 내린 비에도 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종료됐습니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 일렉로트니카 씬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나스 블루’, 퓨처 하우스 장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돈 디아블로’,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전설적인 DJ ‘일레니움’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친구와 함께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을 지나 서울랜드에서 EDM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으니, 시간과 공간의 좌표가 뒤엉킨 느낌입니다.

서울랜드에서 열린 DLDK코리아 /DLDK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서울랜드’를 가본 적이 언제인가요? 저는 1988년입니다. 기억에는 없지만,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촌언니 오빠들과 함께 찾은 생애 첫 테마파크. 사진 속 저는 사촌오빠의 목마를 타고, 사촌언니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롯데월드·에버랜드가 열었기에 굳이 서울랜드를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부터 다시 서울랜드를 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랜드가 ‘EDM의 성지’로 변신했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은 2019년 6월 개최한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하 월디페)’. 당시 서울 잠실운동장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갈 곳을 잃은 월디페가 서울랜드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이후 ‘DLDK Korea’, 태국에서 건너온 워터 뮤직 페스티벌 ‘S2O Korea’ 등도 서울랜드에서 열렸습니다.

2022년 서울랜드 S20 korea /S20 korea

◇'카카오랜드’될 뻔한 서울랜드

현재 서울랜드 운영사는 한일시멘트그룹의 지주사인 한일홀딩스가 85.67%의 지분을 보유한 ‘(주)서울랜드(한덕개발)’입니다. 1984년 서울시는 국내 첫 테마파크를 BTO(수익형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건설했고, ‘서울랜드’가 20년 무상, 10년 유상으로 서울시와 30년 운영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여러 번의 갱신을 통해 2027년 5월까지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서울랜드의 적자는 오랜 고질병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카카오가 서울랜드를 인수해 ‘카카오랜드’로 만들려다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랜드의 마스코트가 ‘라이언’이 되고, 결제는 ‘카카오페이’로 하는 방식이었지만, 서울시와 카카오의 이해 관계가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습을 드러낸 후계자

그러던 중 서울랜드의 베일에 가려졌던 3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30대 초반의 허정규씨입니다.

한일시멘트그룹은 1세대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고(故) 허채경 창업주가 5남1녀 중 장남·3남·4남에게는 한일시멘트, 차남과 5남에게는 녹십자를 물려주며 뿌리를 내린 중견그룹입니다. 그 중 서울랜드는 4남 허남섭 명예회장 몫으로 분류되던 계열사입니다. 그러나 2016년 허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장남인 미국 국적의 허정규(미국명 허제이정)씨가 몇 년 전부터 서울랜드에서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인 ‘로즈힐’과 ‘캘리포니아피자키친’ 경영에 참여했고, 2022년 3월에는 서울랜드 이사회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외식과 엔터 등 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예기획사에도 잠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서울랜드는 더욱 적극적으로 EDM 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있고, 재정 상황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월디페를 보러 서울랜드 온 관객들 /월디페

◇적자에서 흑자로, 뮤페 성지되나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인 ‘서울랜드’의 2018년 영업이익은 81억원 적자였지만, 지난해에는 4억원 흑자가 났습니다. 입장객수도 123만명에서 133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서울랜드에서 페스티벌을 하니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서울랜드의 화장실과 식당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간이 화장실의 냄새에 고통 받고, 종이 박스에 담긴 식은 음식을 서서 먹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퍼스트클래스급 변화입니다. 놀다 지칠 때면 서울랜드 내 휴식 공간에서 쉴 수도 있고, 놀이기구를 탈 수도 있습니다. 페스티벌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들은 시선 처리가 힘들 것 같지만요. 제 친구는 유모차를 끌고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힙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김대중 서울랜드 대표는 “이번 ‘DLDK Korea’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S2O Korea’ 등 페스티벌을 찾아올 관객분들이 불편함 없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뮤직 페스티벌의 성지라는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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