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로 개미처럼 일만 하며 살았어요. 나중에 국민연금으로 최소 300 이상은 받을 것 같은데 그러면 기본 생활은 해결될까요?”
부부가 노후에 각자 명의로 연금을 받는 ‘연금 맞벌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연금 맞벌이는 지난 1월 기준 67만1857쌍으로, 2020년과 비교하면 57% 증가했다. 전체 노령연금 가입자에서 차지하는 연금 맞벌이 비중도 25%까지 높아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현재 연금을 타는 고령층은 남편만 일한 경우가 많았지만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은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해 오래 전 가입했던 국민연금을 되살리고,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임의가입) 연금 맞벌이로 변신했다”면서 “30~50대는 둘이 버는 가정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연금 맞벌이는 앞으로 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연금 월 300만원 이상은 1500쌍
은퇴해서 부부가 도시에서 살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작년 말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에서는, 20~60대 남녀 응답자 1584명의 42%가 월 평균 300만원이라고 답했다. 고물가 시대에 빠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월 300만원 정도면 부부가 노후의 삶을 보내기에 적당한 생활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부부가 국민연금으로 월 300만원씩 받을 수 있다면 노후에 축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국민연금으로 월 300만원 이상 받는 부부 수급자 수는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월 300만원 이상 수령하는 연금 맞벌이 부부는 지난 2021년 196쌍에서 작년 말 1000쌍을 돌파했고, 올 1월엔 1533쌍으로 늘었다.
황명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2023년 기준 부부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324만원으로, 연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노후 준비는 거의 다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이는 부부 수급자 중 0.2%에 불과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부부 수급자의 전체 평균은 월 103만원이었다. 황명하 위원은 “부부 수급자 평균 금액은 적정 노후 생활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소소한 일자리를 구해 더 오래 일하거나 사적연금(개인연금·사적연금)을 활용하거나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등 다른 노후준비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금왕 부부 1년 수령액은?
연금 맞벌이 중 최고 금액을 받고 있는 연금왕(王) 부부는 부산에 살고 있는 70대 노부부였다. 아내가 월 248만2000원, 남편이 월 237만7000원으로, 부부 합산 월 485만9000원이었다. 1년이면 약 5830만원이므로, 어지간한 신입사원 초봉을 뛰어 넘는다.
남편과 아내 모두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첫 해부터 가입해 가입 시기가 길었고, 연금 수령 시기를 5년 연기해 받아서 다른 연금 맞벌이 부부와 비교해도 격차가 컸다. 연기연금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1년 늦출 때마다 매년 7.2%씩, 최대 36% 더 많이 지급해준다.
김동엽 상무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가입 기간인데, 연금왕 부부는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첫 해부터 납입해 가입 기간이 길다”면서 “소득대체율이 70%였던 시기(1988~98년)와 근무 기간도 겹치기 때문에 다른 연금 맞벌이에 비해 연금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소득대체율이란, 보험료를 40년 동안 납입했다고 가정하고 이 기간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에 받는 연금액 비율을 의미한다. 가령 소득대체율 50%는 월 100만원을 벌던 사람이 국민연금으로 월 5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는 소득대체율이 70%에 달했다.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연금액은 많아진다(2024년 소득대체율은 42%).
✅月 167만원 넘으면 건보 피부양자 탈락
국민연금도 소득이기 때문에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이 따른다.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의 경우엔 2002년 1월 납입분부터 소득공제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연금 수령 시기에는 세금을 내야 한다(장애·유족연금 제외). 2001년까지 납입한 금액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연금 수령 시기엔 비과세다. 국민연금을 수령 중인 고령 부모님을 연말정산 부양가족(연 100만원 이하)에 넣을 수 있는 것도 2001년 이전에 납입해 수령하는 국민연금은 비과세 소득이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납입해 수령 중인 연금소득도 각종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외에 다른 소득이 없다면 연 770만원까지는 납부할 세금이 없다. 연 1000만원을 받으면 세금이 약 11만원이고, 2000만원이면 약 63만원 정도다. 만약 국민연금 외에 다른 소득이 있다면 합산해서 종합소득세(최대 49.5%)를 내야 한다.
✅연금 맞벌이는 건강 관리에 힘쓰자
부부가 일하면서 각자 본인 명의로 국민연금을 납부했고 수령하게 된다면, 평소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건강 관리’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연금을 받다가 일찍 사망하게 되면, 남겨진 배우자는 ‘본인이 낸 것도 다 돌려받지 못하냐’면서 억울한 심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는 연금을 한 사람에게 중복해서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서 생기는 일이다. 만약 남편만 국민연금이 있는 상황에서 사망하면, 홀로 남은 아내는 유족연금(원래 연금의 60%)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내에게 국민연금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 연금+유족연금의 30%’와 유족연금(내 연금은 소멸됨)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남편과 아내가 각자 월 100만원씩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남편이 사망하면 유족연금이 생기는데, 원래 연금액의 60%이므로 60만원이다. 아내 입장에선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본인 연금액보다 작으니까 손해다. 결국 아내는 ‘내 연금+유족연금의 30%’를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아내가 받을 연금액은 118만원(100만원+18만원)으로, 부부 합산 200만원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다. 연금 맞벌이로 노후를 맞이할 계획이라면, 평소에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해서 백년해로해야 연금 측면에선 손해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