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게임 소매 업체 게임스톱, 영화관 체인 AMC 등 이른바 ‘밈(meme) 주식’의 주가가 폭등과 폭락을 이어가면서, 월가에서 밈 주식의 실체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밈 주식이란 온라인상에서 소문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주가가 급등하는 주식을 말한다.
지난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를 낮추려는 공매도(차입 주식 매도) 세력에 맞서 밈 주식을 사들이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개인이 기관 투자자를 이기는 새로운 현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큰 논쟁이 일었다. 이번에 당시 집중 매수를 이끈 개인 투자자가 3년 만에 재등장하면서 ‘밈 주식의 추가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과 ‘당시의 초저금리와 현재 시장 상황이 달라 랠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장 개미’ 사진 한 장에 주가 폭등
밈 주식의 대표 주자 게임스톱은 15일 월가 증시에서 18.9% 폭락했다. 그런데 13일, 14일엔 각각 74.3%, 60.1% 폭등했었다. 또 다른 밈 주식인 AMC도 13일, 14일 각각 78.3%, 32.6%쯤 폭등했지만, 15일엔 20.3% 폭락했다. 블랙베리 주가는 13일, 14일 7%, 11.4%쯤 연이어 올랐지만, 15일엔 6.9%가 빠졌다.
이번 밈 주식의 급등은 2021년 “공매도 세력에 맞선다”며 게임스톱 집중 매수를 이끈 개인 투자자 ‘키스 질’이 3년 만인 지난 12일 X(옛 트위터)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대장 개미’로 불렸던 그는 X에 의자에 몸을 기대 비디오게임을 하는 남성 사진을 올렸다. 이후 “앞으로 바쁜 몇 주가 될 것”이라는 대사가 담긴 영상을 올리며 적극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하지만 급등 후 곧바로 급락이 찾아왔다. 시장에선 초저금리로 시장 유동성이 넘치던 2021년과 미국 기준금리가 연 5%를 넘는 현재 시장 상황이 달라 밈 주식 랠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략가 벤 레이들러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2021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며 “소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늘렸던 저축을 모두 소진했고 금리는 훨씬 더 높다”고 했다. 투자 분석 매체 마켓워치도 “AMC는 몇 년 동안 손해를 계속 보고 있는데, 이번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기초 체력) 개선이 아니라 (온라인상의) 순수한 과대 광고에 의한 랠리일 뿐”이라고 했다.
◇서학 개미 ‘묻지 마’ 투자로 피해 우려
국내 서학 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과거 미국 월가의 밈 주식 열풍에 ‘묻지 마’ 투자를 했다가 주가 폭락과 기업 파산 등으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는지 보라고 조언한다.
2021년 밈 주식 열풍 당시 서학 개미들은 게임스톱, AMC에 대거 투자했다. 게임스톱 주가는 18달러였다가 3주 만에 48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지만, 그후 금리 상승 등으로 폭락해 최근 급등하기 전엔 1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4월 서학개미들은 밈 주식으로 꼽히던 톱파이낸셜그룹을 한 달간 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가 이후 주가 폭락과 거래 정지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같은 달 미국 생활용품 업체 베드배스 앤드 비욘드(BB&B)가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밈 주식이란 소문에 164억원을 투자했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봤다.
밈 주식의 롤러코스터 주가에 대해 미 월가도 우려 목소리를 낸다. 보아즈 와인스타인 사바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4일 “밈 주식에 대한 관심이 투자가 아닌 투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성실한 자세로 투자에 임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했다.
☞밈(meme)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입소문을 탄 주식 종목을 말한다. 2021년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란 게시판에서 화제가 된 게임스톱을 밈 주식의 효시로 꼽는다. 밈(meme)은 사회에서 문화를 전파시키는 매개체를 뜻하는데, 최근엔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유행어 등을 주로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