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실적과 시가총액에서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을 제치면서 라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양식품은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4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75년 상장 이후 역사상 최고가다. 이날 시가총액도 3조3635억원까지 오르면서 창립 이후 처음으로 ‘3조(兆) 클럽’에 합류했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농심 시총을 추월해 라면 업계 1위에 올랐던 삼양식품은 이날 상한가로 2위와의 시총 격차를 9000억원 이상으로 벌렸다.
이날 삼양식품 주가 급등세는 전날 발표한 1분기(1~3월) 깜짝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고환율 시대에 간판 상품인 ‘불닭볶음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424억원)를 크게 뛰어넘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진이 높은 해외 물량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면서 “특히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는데 미국에선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 입점이 확대되며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해외 입맛을 잡아 영토를 확장하는 삼양식품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에서 보기 힘든 희대의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나왔다. 예상 실적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도 크다”면서 목표 주가를 3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 매출 급증과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 효과로 1분기 수익성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며 “2분기에도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판매 채널 확장에 집중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심 주가는 전날보다 5.1% 하락한 39만9000원에 마감해 희비가 엇갈렸다. 전날 공개된 1분기 실적이 작년보다 뒷걸음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농심 시가 총액은 2조4270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농심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 감소했다고 밝혔다. 농심 측은 “매출은 내수·수출 성장에 힘입어 증가했지만, 매출 원가와 비용 부담이 늘어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