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6일 장중 4만 선을 돌파했다. 1896년 100으로 출발한 지수가 128년 만에 400배로 불어난 것이다. 1980년 100으로 출발한 한국 대표 지수 코스피가 17일 2724로 마감해, 44년간 27배로 오른 것과 비교하면 거의 5배에 가까운 증가세다.

미국 우량 기업 30개로 구성된 다우평균의 4만 돌파는 “미국 경제의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실제 100여 년 동안 다우평균을 구성하는 종목의 변화를 보면 미국 산업의 중심 축이 철강 등 산업재와 필수 소비재 기업에서 IT·헬스케어 중심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김하경

◇128년 만에 400배로 급증

다우평균은 16일 한때 4만51.05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전날보다 0.1% 떨어진 3만9869.38로 마감했다. 2020년 11월 3만 선을 넘은 이후 3년 6개월 만에 4만 선을 돌파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보다 떨어져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가지수인 다우평균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창업자인 찰스 다우와 에드워드 존스가 1896년 만들었다. 처음엔 12종목으로 시작했지만 1916년 20개, 1928년 30개로 늘었다.

다우평균 종목의 변천사는 미국 산업 역사의 축약판이다. 초기인 1930년대까지 다우평균 구성 종목은 대부분 인터내셔널니켈·베들레헴스틸 등 철강과 자동차·에너지 등 중공업 관련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미국 산업의 주력이 전통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철강·에너지 부문이 축소되고 IT나 서비스 비율이 커졌다. 특히 지난 2018년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 다우평균에서 빠지면서 원년 멤버가 모두 사라졌다.

2020년 8월에는 미국 최대 정유업체인 엑손모빌이 빠지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스포스가 신규 편입됐다. 한때 미국 시가총액 1위였던 엑손모빌의 퇴출을 두고 월가에서는 “석유 산업의 퇴조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장 최근의 종목 변화는 지난 2월 글로벌 약국 체인인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가 빠지고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들어간 것이다.

다우평균이 1만 선을 돌파한 것은 닷컴 호황기였던 1999년 3월 29일이었다. 이후 18년이 지난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2만 선을 넘겼고, 3년여 만인 2020년 11월 3만 선을 돌파했다.

◇엔비디아 등 없어 ‘구시대적 유물’이란 평가도

다우평균이 미국 증시 역사를 대표하는 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미국 증시 상장 종목 수가 5000개를 넘는 현 상황에서 30종목으로 구성된 다우평균이 시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존재한다. 올 들어 다우평균은 5.7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S&P 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11.69%, 13.09% 올랐다.

이 같은 차이는 다우평균의 산출 방법 때문이다. S&P 500이나 나스닥지수는 각 종목의 시가총액을 가중 평균해서 구한다.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의 영향이 크게 반영되는 것이다. 반면 다우평균은 30종목의 주가를 평균해서 산출한다. 시가총액이 작아도 1주당 주가가 높은 종목의 영향력이 큰 것이다.

최근처럼 시가총액이 큰 애플·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할 경우 다우평균의 상승 폭은 S&P 500·나스닥지수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종목 교체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엔비디아 같은 신흥 고성장 기업은 다우평균에 포함되지 않는다.

WSJ는 “빅테크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30종목뿐인) 작은 포트폴리오(다우평균)는 시장의 주요 변화를 쉽게 놓칠 수 있다”며 “일종의 ‘유물’과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