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불거진 바이오기업 HLB의 하한가 사태가 20일에도 이어지면서 이틀새 시가총액 6조 가량이 증발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던 HLB은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통과되지 못하며 그룹 8개 종목 모두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배우 소지섭씨 등 연예인들이 투자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는데, 이를 보고 뒤따라간 투자자들은 추가 하락에 우려하고 있다.

HLB

HLB는 20일 오전 9시 20분 기준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9.96% 하락한 4만 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룹사인 HLB제약은 23.94%, HLB 생명과학은 14.77% 하락해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도 이틀새 6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의 20일 기준 시가 총액은 6조391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하한가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 16일 12조5335억원 대비 6조원 가량이 빠진 것이다.

HLB의 핵심 자산은 리보세라닙으로 중국에서는 위암 3차 치료제로 판매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HLB측은 리보세라닙의 적응증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넓히기 위해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 요법을 통한 미국 시장 진입을 기대했다. 지난해부터 HLB 측은 미국 측의 간암 치료제 품목 허가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고, 투자자들을 유치해왔다.

올해 3월 총 6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했고, 배우 소지섭씨 등도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17일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이 불발되면서 CB의 전환권 가치가 하락했다. HLB는 평화은행 뱅커 출신인 진양곤 HLB 회장이 울산 구명정 기업인 현대라이트보트에서 M&A(인수합병)를 통해 45개 계열사로 키워낸 기업이다. 실적은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약 허가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초 6조원대 시총에서 최근 12조 5000억원대까지 몸집이 커졌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유튜브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의 보완요구서한(CRL) 내용에 따르면 리보세라닙 관련 이슈는 없으나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관련 이슈가 존재한다”며 “캄렐리주맙 제조공정 지적에 대한 항서제약 측 답변이 FDA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