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주가 지수 중 대형주 위주의 S&P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1일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S&P500은 올 들어 10% 넘게 상승하면서 24차례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 주식 시장 관계자들은 모두 축배를 들 것 같지만, 월가 전망은 나뉜다. “기대 이상의 호조”라며 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낙관론자들이 있는 반면, “주식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며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낙관론자 “AI가 미 증시 끌어올릴 것”
S&P500이 사상 최고 기록을 잇따라 경신하자 월가 전략가들은 서둘러 S&P500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뉴욕 증시의 기록적 상승세는 월가 최고 전략가들의 허를 찔렀다”며 “최소 11곳의 월가 분석기관이 예상치를 상향했다”고 전했다.
S&P500의 올 연말 전망을 캐나다 투자은행 BMO 캐피털 마케츠는 5600,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5500으로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이고, 예상치에 미달하더라도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고 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손꼽히던 모건스탠리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크 윌슨도 S&P500이 내년 2분기까지 5400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윌슨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올해 4분기에 45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윌슨은 “기업 이익 성장이 견고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이익이 올해는 8%, 내년에는 1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인공지능) 확산이 기업 마진을 높일 것”이라며 “서비스 부문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UBS도 “강력한 1분기 실적과 미국 경제의 연착륙 조짐이 주가를 상승시켰다”며 “미국의 경제 성장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임대료 하락과 임금 상승 둔화로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비관론자 “미국 주식시장 고평가”
그러나 비관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현재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은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여전히 S&P500이 연말에 42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AI가 주식 시장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통적인 주식시장의 도전 요소들을 보상하기에 AI칩과 같은 협소한 주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을 지난해 말부터 갖고 있었다”며 “경기 침체가 언제 발생할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나 내년에 올 수 있다는 것은 유력하다”고 말했다.
월가의 유명한 비관론자 피터 시프도 “지금 보이는 인플레이션 위협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조심해야 한다”며 “앞으로 다가올 경기 침체는 이전 금융 위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온다면, 기업 실적은 하락하게 되고 그 결과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한편,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금리를 내리면 주가엔 호재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앤드루 그린봄 수석 부사장은 “S&P500이 계속 급등해 일부 전략가들이 전망을 높였지만, 일부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 지표 등이 출렁이고 있어 인하 시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향후 3~5개월 동안 데이터가 계속 누그러지면 올해 말 그것(금리 인하)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